한나라, 재.보선 후유증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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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이 재.보선 후유증으로 시끄럽다.

초.재선 의원 모임인 '희망연대' 중심의 소장파 의원들이 '정풍' 을 기치로 지도부 책임론과 당 쇄신을 들고나왔고, 2일엔 당 지도부가 이들을 공개비판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이날 기자실에 나타나 소장파 의원들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사실상 이회창 총재를 대신한 그는 소장파 의원들이 재.보선 공천과정상 문제점을 들고나온 점에 특히 분개했다.

"희망연대측이 먼저 구로을에 조은희 (趙恩姬) 후보를 공천하자고 제안해 놓고 이제 와 공천을 잘못해서 선거에서 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 고 비난했다.

또 "희망연대가 어떻게 당의 개혁성을 대표할 수 있느냐" "도대체 '정풍' 의 실체가 뭐냐" "당의 나머지 사람들을 모두 '병신' 으로 만드는 거냐" 는 격한 말로 당 지도부의 못마땅한 심사를 전했다.

분란의 발단은 지난달 31일 의원총회. 김문수 (金文洙).안상수 (安商守) 의원 등은 "선거 도중 총재회담을 열어 반여권표 결집의 기회를 놓쳤고 수도권 선거에 대한 대책도 없었다" "죽을 각오로 당을 쇄신하지 않으면 우리 당은 수도권에선 희망이 없다" 고 지도부를 성토한 게 李총재의 심기를 건드렸다.

지도부는 이튿날 곧바로 서울.경기지역 원외 위원장 등을 초청해 오찬 모임을 갖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수도권 의원들의 동요가 오히려 확대될 기미를 보이자 이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당 지도부의 이같은 강경대응은 5월 초로 예정된 두 곳의 재선거를 앞두고 있을지 모르는 당 분열 조짐을 조기 차단하자는 의도도 있다.

수도권 의원들의 동요가 자칫 당내 영남권.수도권간 알력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음직하다.

비주류들이 수도권 의원들의 주장에 편승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당 내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그러나 소장파 움직임을 주도하는 김홍신 (金洪信) 의원은 "당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쇄신해야 한다" 며 입장을 고수, 선거 후유증이 쉽사리 치유되기 어려울 것임을 예고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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