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야 총재 합의 어디 갔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3.30 재.보선 이후 여야관계가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동여당은 한때 단독국회를 강행할 기세를 보였고 야당은 국회불참 - 장외집회를 공언했다.

여야가 일단 임시국회의 정상운영에 합의해 파행을 모면한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3.17 여야 총재회담 이후 재.보선과정 및 그 이후 여야가 보였던 극심한 대결양상을 보면 과연 앞으로의 국회운영이 순조로울까에 대해서는 여전히 강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큰 정치를 통해 국민에게 희망을 주겠다고 다짐한 여야 총재회담의 합의가 불과 보름만에 어디로 가버렸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총재회담후 여야는 단순한 국회의원.시장 등 3개 재.보선에 정권과 당의 운명을 걸기라도 한 듯 사생결단식의 혼탁.과열 선거운동을 해 스스로의 정치개혁목표를 무색케 한 듯한 부정.타락선거의 시비를 야기했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야당은 선 (先) 부정선거 진상규명을 외치며 장외투쟁을 할 태세마저 보이는 등 한때 험악한 자세를 보였고 여당은 여당대로 추경예산안.정부조직개편안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방침을 세웠다.

한마디로 서로 자기네에게 유리한 안건만 다루자는 자세였다.

여야의 이런 저차원의 정략적 정치행태에서 무슨 큰 정치 운운한 총재회담정신을 찾을 수 있는가.

따라서 여야는 오는 8일 폐회를 앞둔 이번 임시국회에서 실업대책 및 어민피해보상안이 담긴 추경예산안 등을 생산적으로 처리, 총재회담정신을 살리기 위해 비상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상호간의 쟁점을 당당하게 처리하려는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우리는 본다.

먼저 공동여당은 야당이 주장한 부정선거시비를 국회에서 다루는 등 야당을 껴안는 여당다운 대범함을 보여야 한다.

정치개혁 본질의 하나가 깨끗한 선거의 정착이 아닌가.

여당은 또 스스로의 주장처럼 부정선거를 하지 않았다면 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는 데 하등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우리는 믿는다.

야당도 서상목 (徐相穆) 의원 체포동의안을 오는 7일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및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 탄핵소추안과 함께 처리하려는 여당의 의사일정에 응하는 등 의안심의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

徐의원 보호를 위해 또다시 이른바 방탄국회를 소집하려 한다면 여론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공존과 상생의 정치를 다짐한 이상 여야 총재들도 자기들의 합의를 실천하려는 지도력을 구체적으로 행사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