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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양책' 안 먹히는 일본 경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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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경제가 올해도 침체상태를 이어갈지, 회복국면에 진입했는지에 대해서는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논란이 많다.

일본 정부도 올해 0.5%의 성장만 공약으로 내걸었을 뿐 성장률이 실제 어느 수준까지 이를지에 대해서는 속시원한 전망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 부양의지에도 불구하고 각종 수치는 좀체 개선될 기미가 안보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업률 (2월 4.6%) 은 통계조사 실시 이래 최악의 수준이며 구조조정에 따라 앞으로도 더 악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는 개인소비에 결정적 타격을 주고 있다.

2월의 평균 근로자 지출은 30만3천2백64엔 (약 3백13만원)에 그쳐 전년동기 대비 4.1%나 감소했다.

이 때문에 유통업체들은 줄줄이 적자를 내고 있고, 기업들의 생산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통산성에 따르면 2월 중 산업생산은 당초 기대와 달리 오히려 0.6% 감소했다.

반면 낙관적 징후들도 적지 않다.

우선 3월말 결산을 마친 기업들의 주식평가손이 1조1천5백억엔으로 지난해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3월 31일자 주가가 결산기 주가로는 버블경제 이후 가장 낮았지만 평가손을 줄인 것은 상당한 성과로 평가된다.

절대규모로는 아직도 엄청나지만 일단 최악은 벗어난 셈이다.

외국투자자들의 발걸음도 잦아지고 있다.

미국의 주가에 비해 일본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하고 슬슬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 특히 골드먼 삭스.메릴린치 등은 은행으로부터 부실 자산을 대규모로 사들이고 있다.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 (日本經濟) 신문사 계열 일본경제연구센터도 지난 1월 일본의 월간 실질 국내총생산 (GDP) 이 전달에 비해 1.4% 증가했다는 추정치를 내놓았다.

한편 일본 경제의 침체가 계속될 경우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경제회복에도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 일본은 전체 무역액의 12.9%를 차지하는 중요한 무역파트너. 그러나 대일 (對日) 수출은 지난 96년 1백57억달러에서 지난해 1백22억달러로 급감했다.

한국내의 경제위기에도 원인이 있지만 일본의 수입 (輸入) 수요가 줄어든데 큰 영향을 받았다.

다만 최근 일본 정부가 상반기 중 공공투자에만 8조엔을 쏟아붓기로 함에 따라 철강재. 시멘트. 합성수지 등 건자재 수입이 점점 늘고 있다.

결국 일본 경제가 빨리 회복될수록 한국경제 회복에도 큰 힘이 된다는 얘기다.

도쿄 = 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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