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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살리는 생태하천 <하> 생명 사라졌던 죽음의 엠셔강 360여 종 동물들 낙원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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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4일 오후 독일 북서부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 에센시 외곽 마을 보트롭. 도시를 가로지르는 2m 폭의 엠셔강 지류 키르히쉠스바흐 개울가에 나무와 잡초가 우거지고 그 사이로 사람이 다닐 수 있는 흙길이 나 있다. 하천 중앙에 군데군데 수생식물이 무성했다. 도시 한가운데를 흐르는 하천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이곳은 10여 년 전만 해도 악취가 심해 출입이 금지된 곳이었지만 지금은 개울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았고, 산책로에는 새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20년 동안의 복원사업으로 생태하천으로 돌아온 독일 북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 엠셔강. 산업화 과정에서 썩었던 엠셔강은 강변을 덮고 있던 콘크리트를 뜯어내고 하수관을 만들어 복원했다. [엠셔조합 제공]


50대 초반의 발트 자우어는 “어릴 적엔 얼씬도 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주민들의 친구가 됐다”며 “하천이 살아나면서 인구가 늘고 도시 전체가 함께 살아났다”고 말했다.

인구 1800만 명의 독일 NRW주는 19세기 말부터 100년간 독일 산업화의 근거지였다. 루르 등 광산 지역을 중심으로 중화학공업이 번창했다. 하천이 썩었고 물고기와 새·곤충이 사라졌다. 중금속 오염 등으로 결국 사람의 출입을 금지했다.

정부는 1980년대 광산이 문을 닫으면서 본격적인 복원 작업에 착수했다. 첫 번째가 17개 도시를 가로지르는 이 지역의 젖줄인 엠셔강 살리기였다. NRW 내 151개 지자체가 공동 투자해 엠셔조합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44억 유로(약 9조8000억원)가 들어갔다. 중앙정부에서 일부 지원을 받았지만 대부분은 강이 흐르는 도시와 마을의 지자체가 부담했다. 이들은 가장 먼저 강바닥에 하수관을 묻어 오·폐수를 하천에서 완전히 분리했다. 강 양 옆 시멘트길을 허물고 흙과 돌덩어리로 채웠다. 나무와 풀을 심었다. 좀 덜 예쁘게 보이더라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강조했다.

10여 년이 지나자 하천은 산업화 이전의 모습을 서서히 되찾기 시작했다. 숲이 생겼고 새와 물고기가 돌아왔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옛날처럼 완벽하게 살아났다. 엠셔조합 하천개발국장 루돌프 후르크(52)는 “강에는 물고기와 곤충·새 등 모두 360여 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 3분의 1은 멸종위기종에 속하는 희귀한 것들이다.

수질은 유럽연합(EU) 기준 상위 2등급이다. 1등급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만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최고 등급이다. 엠셔강에는 강물의 양을 조절하기 위해 물을 가둬 놓을 수 있는 160만㎥ 규모의 집수지가 있다. 엠셔조합의 알리아스 아바비 대변인은 “과거에는 홍수 방지시설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되곤 했지만 우리는 저수지를 흙과 돌을 이용해 만들어 환경 파괴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엠셔강은 주민들이 지킨다. 엠셔조합은 현재 23개 단체와 함께 엠셔강 지킴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강 주변 청소와 식물 관리, 강둑 유실 방지 등이다. 특히 초·중학교의 경우 이곳에 나와 청소도 하고 자연학습도 한다. 엠셔강 지킴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라인바베초등학교 브리기테 뇔팅 교장은 “매주 한 시간 정규 수업에 생태계 보존 등 환경학습을 넣었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엠셔강에 직접 나가 자연학습을 한다”고 말했다.

에센·뒤셀도르프=전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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