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국판 '골드러시'] 한심한 국내광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국은 지난 54년부터 96년까지 해마다 1~3.3t씩 금을 생산했다.

그 이전 일제시대엔 남한지역에서만도 한해에 2~10t이 나왔다.

지난해 생산량 4㎏은 1900년 이래 최저다.

금광뿐 아니다.

한국의 광업 전체가 초라하기 짝이 없다.

희귀원소 개발을 둘러싼 승강이가 이같은 현실을 잘 말해준다.

지난 96년 경남 사천군 곤양천 하구에 티타늄 광산을 개발하려고 채광인가를 냈던 서진광산은 경남도.사천시와 3년째 옥신각신하고 있다.

이곳에 매장된 티타늄 광석 (일메나이트) 은 정부 집계로도 22만8천t. 그밖에도 전자.항공.우주산업에 감초처럼 쓰이는 지르코늄.세륨 등 산출량이 적고 값비싼 원소들이 상당량 묻혀 있다.

그러나 경남도는 이곳을 매립해 지방산업단지로 지정하겠다며 인가신청을 반려했다.

사천시 역시 민원을 이유로 계속 미루고 있다.

매장 (埋藏) 자원이 그대로 매장 (埋葬) 돼 버릴 상황에 처한 것이다.

부경대 박맹언 (朴孟彦.응용지질학과) 교수도 황당한 경험을 했다.

92년 충주 계명산에서 그가 채취한 광석에는 희토류 (稀土類.원자번호 57번부터 71번까지를 포함한 17종의 희귀원소)가 종류별로 1~30% 들어 있었다.

희토류는 함유도가 0.05%면 경제성이 인정된다.

朴교수는 94년 광업권을 신청했으나 기존 토석채취 허가지역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이 연구로 98년 과학기술 우수논문상을 받았지만 96년 다시 가보니 이미 돌이 모두 골재로 팔려나간 뒤였다.

"자원이 모두 없어졌는데 상을 받은들 뭐하겠는가" 며 朴교수는 씁쓸해했다.

산업자원부의 담당자가 "국내 자원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무관심" 이라고 할 정도로 자원개발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금속자원 부문에선 납.아연.티탄철.철 등 4개 광종에 4개 광산만 활동 중이어서 기간산업에 필요한 금속 원자재의 99%를 수입한다.

80년대 말에 8개이던 납.아연 광산은 단 한개 남았고, 세계 최대였던 상동 중석광산도 92년 문을 닫았다.

또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 여파로 석회석 광산이나 제련산업 등이 속속 외국업체에 넘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요 광물마다 최소한 1개씩의 광산은 유지해야 원자재 수입협상때 유리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해양수산부.광진공이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동.니켈.망간.코발트 등의 수입액을 조사한 결과 국제가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