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주민들 눈물겨운 학생유치…번천초등교 회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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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동문과 지역주민들의 '사랑' 이 폐교위기에 처했던 한 초등학교를 되살렸다.

경기도광주군중부면상번천리에 있는 번천초등학교 (교장 魯麗煥) .이 학교는 지난해 9월까지 학생수가 20여명에 불과했다.

주민들이 하나 둘 마을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자 광주교육청은 학생수가 1백명 미만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9월 경기도교육청에 폐교신청을 냈다.

소식을 들은 이 학교 동문들과 주민들은 "정든 배움터를 잃을 수는 없다" 며 도교육청을 방문해 항의했다.

"폐교되지 않으려면 학생수가 1백명을 넘어야 한다" 는 교육청측의 설명을 들은 동문들은 '학교 살리기' 묘수를 짜내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동문회장 오주환 (吳周煥.53.광주군상번천리) 씨 등 동문들은 학교환경을 개선해 학생들을 유치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 장학재단을 설립키로 했다.

장학재단은 정부에서 주민들에게 매년 지급하는 상수원보호구역 특별지원사업비를 희사받아 모두 10억원의 기금을 모으기로 했다.

이 기금으로 이 학교 졸업생들에게 고등학교 등록금과 대학 입학금 전액을 지원한다는 구상. 동문회가 이장 등을 통해 주민 설득에 나서자 주민들도 흔쾌히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다음달 초 상번천1.2리, 하번천리 등 3개마을에 지급되는 특별지원사업비 6억3천만원 전액을, 내년엔 특별지원사업비중 2억1천만원을 각각 기탁하기로 했다.

동문들은 또 1~5회 졸업생은 50만원씩, 6~11회 졸업생은 30만원씩 모두 5백만원을 모아 급식비및 통학용 승합버스 (중고) 구입비로 학교에 전달했다.

이어 마을 체육진흥회장 한경희 (38.농업.하번천리) 씨 등이 주축이 돼 이 마을 출신이면서 인근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찾아가 이같은 계획을 설명하며 자녀들을 전학시킬 것을 권했다.

그 결과 떠났던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했으며 전학오는 학생도 늘어났다.

현재 이 학교의 학생수는 1백1명. 학급수도 3학급에서 6학급으로 불어났다.

동문들은 올 1학기중 학교에 컴퓨터 시설과 냉.난방기를 설치하고 번듯한 통학버스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처럼 동문과 지역주민들의 노력으로 학생수가 늘자 광주교육청은 지난 10일 폐교신청을 해제 해 줄 것을 도교육청에 요청했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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