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21세기엔 관광대국 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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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오렌지 카운티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평범한 작은 마을이었다.

겨우 87개의 객실을 가진 허름한 호텔 하나밖에 없던 감귤농장 일색의 시골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그런 이곳이 1955년 디즈니랜드가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관광목적지로 변신한 것이다.

지금은 인구가 2백50만명으로 늘었고, 방문객 수도 연간 1천5백만명이나 되는 미국의 5대 관광지로 성장했다.

호텔 수만도 1천8백개에 이르고 객실 수는 4만1천실이 넘는다.

2001년까지 신규로 14억달러를 투자해 캘리포니아 어드벤처를 만든다고 하니 그 도시의 관광산업 규모를 상상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만큼 관광사업의 성장 전망을 밝게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 관광산업 여건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45년전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가 들어설 때의 경제.사회적 여건보다 우리 여건이 더 좋은 편이다.

이웃에 연간 국민총생산 (GNP) 규모가 4조달러에 가까운 세계 제1의 관광시장 일본과 13억 인구의 거대 잠재시장 중국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동북아의 핵심적 위치에 자리잡아 국제화 물결을 타고 물류.정보.통신.관광 등에서 동북아의 허브로 부상할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얼마전 중국 쇼핑관광단 8백여명이 대거 방한 (訪韓) 해 강원도 스키장들이 특수를 누렸다.

난생 처음 보는 눈밭에서 미끄러지며 즐거워했을 이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국 관광의 입지는 마치 스키 슬로프를 연상시킨다.

왜냐하면 한국을 계곡으로 해 동쪽의 일본과 서쪽의 중국이 한국을 향한 슬로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수준으로 보면 산업화가 일찍 된 일본은 산 정상이고, 이제야 진행되고 있는 중국은 산기슭이라 볼 수 있다.

이 두 점을 잇는 중간의 골짜기쯤에 한국이 있다.

이에 따라 관광객들은 값싸고 안전한 한국을 찾게 돼 있다.

반면 선진 문물을 보기 위한 관광욕구 측면에서는 중국에서 한국과 일본을 향해 비탈을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는 21세기를 내다보면서 이 여건을 잘 활용하는 장기적 관광전략을 세울 때라고 본다.

1천1백50여년전 문물의 흐름이 중국에서 한국을 통해 일본으로 건너갈 때 이를 잘 활용해 무역으로 당대의 부를 창출했던 해상왕 장보고의 지혜는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우리는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관광으로 설계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

GNP의 10%를 관광으로 창출하는 대담한 계획을 국가적 목표로 설정하고, 한국이 위치한 동북아의 인구.경제.지리적 여건을 십분 활용한 우리의 독창적인 패러다임을 창출해야 한다.

인천국제공항 개항으로 인한 항공 처리능력이 현재보다 3배 정도 늘어나는데 따른 추가수요를 창출할 준비가 지금 이뤄져야 한다.

먼저 전국민의 관광산업과 외국 손님맞이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하며, 전국의 도로 표지판 등도 세계화 추세에 맞도록 바뀌어야 한다.

동시에 무엇보다 수십년 앞을 내다보는 한국판 디즈니랜드 같은 장기적이고도 적극적인 투자 및 투자유치가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 면에서 관광공사가 유통업체들의 긴밀한 협조 속에 추진 중인 코리아 그랜드세일과 6월의 한.일 관광우호의 달, 9월의 한.중 관광우호의 달 행사의 의미가 매우 크다고 생각된다.

이제 한국 관광은 부분이 아닌 전체로 모으는 준비자세가 필요하다.

홍두표 한국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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