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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산강~동빈내항 물길 다시 이어, 포항 도심 재생시킨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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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호 12면

포항은 1960년대까지만 해도 어촌도시였다. 60년대 말 한국 산업화의 상징인 포스코(옛 포항제철)가 들어선 이후 철강도시가 됐다. 새마을운동의 발상지도 포항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71년 9월 전국 시장·군수들을 포항에 불러 “기계면 문성리 주민들처럼 각 지역을 자조·자립·협동정신을 바탕으로 한 새마을로 만들라”고 지시했다. 이듬해 새마을운동은 국민운동으로 확립됐다. 포항이 시 승격 60주년을 맞는 올해를 기점으로 어촌도시·철강도시에서 해양도시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방패트롤 해양 CEO 자임하는 박승호 포항시장

동해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일본·러시아 도시들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을 활용해 국제물류 중심도시가 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8일 17년의 공사 끝에 개항한 영일만항구는 그 전초기지 격이다. 포항시의 향후 60년 비전을 담은 이른바 ‘영일만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지휘하는 박승호(52) 포항시장을 만났다. 포항 토박이인 그는 “해양 CEO를 지향한다”고 했다.

-해양에 눈을 돌린 계기가 있나.
“21세기는 바다의 세기다. 바다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대구와 서울만 쳐다보지 말고 바다로 눈을 돌리자는 것이다. 반도국들이 가장 번성했던 시기는 해양으로 진출한 때였다. 지중해가 과거의 바다라면 대서양은 오늘의 바다, 태평양은 미래의 바다로 일컬어진다. 환태평양의 주요 항만도시들과 겨뤄 국제물류 중심항의 지위를 차지하는 게 포항시의 목표다.”

-지난달 영일만항이 개항했는데.
“영일만항은 동해안 최대 규모의 국제항만이다. 520만 대구·경북의 해양 진출 관문이다. 2011년까지 1조52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인데 최근 1단계 공사가 끝나 컨테이너 부두 4선석을 먼저 개항한 것이다. 내년에 일반 부두를 포함해 15선석이 완공된다. 그러면 방파제 길이만 8.8㎞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동북 3성, 일본 서해를 잇는 환동해 물류 및 경제권의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북한 나진·선봉의 대북 교역과 미국의 해안도시로 뻗어 나가는 교두보 역할도 할 수 있다.”

-국제물류기지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배후단지가 튼튼해야 한다. 복안이 있나.
“배후산업단지를 1~4단지 643만㎡(약 200만 평) 규모로 조성 중이다. 배후단지 중 23만 평 정도가 이미 자유무역지대로 지정됐다. 이로 인한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5조~6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있다. 대구·경북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클 것이다.”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컨테이너 물동량 확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항구가 살려면 물동량이 많아야 한다. 부산시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부산항과도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 지금은 도시가 주역인 시대다. 국가 대 국가가 아니라 도시 대 도시로 협력하고 경쟁한다. 포항이 글로벌화해야 하는 이유다. 문화·경제·복지 등 시정 전반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 도시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

-해양으로 눈을 돌리다 보면 도시 개발이 소홀해질 수도 있는데.
“사실 포항제철이 건설되는 과정에서 형산강에서 동빈내항으로 흐르는 하천 유로가 차단되면서 주변 지역이 오염되고 낙후됐다. 개발독재시대에 환경이 뒷전으로 밀렸던 것이다. 이곳에 운하 개념을 도입한 1.3㎞의 테마형 수로를 건설 중이다. 물길이 막힌 지 41년이 되는 동빈내항 복원사업이다. 수로가 완공되면 형산강 물길이 바다로 이어지고 유람선도 띄울 수 있게 된다. 지역 상권 회복을 넘어 주변 도심까지 재생하는 계획이다. 총사업비 1170억원을 투입한 이 사업이 내년에 마무리된다. 도시의 건축물·다리·공원 등을 예술적으로 디자인해 그 자체를 관광상품화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도시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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