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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건 진에어 사장 “사는 게 프리 스타일로 바뀌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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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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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봐’라고 말하는 건 요술램프의 요정 지니(Gini)고, 진에어의 승무원들은 청바지를 입은 ‘지니(Jini)’다. 청바지를 입는 CEO 김재건 진에어 사장은 이렇듯 참신하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저가 항공 업계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파격적인 운임을 내걸고 시동을 걸었던 다른 저가 항공사들이 힘없이 고꾸라질 때 김 사장은 좀 더 유연하고 창의적인 경영을 위해 청바지를 입고 뛰었다.

“저에게 청바지는 편하고 격식 없이 캐주얼한 항공사를 이끌 수 있는 모티브를 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청바지를 입으면 자연스럽게 사고방식이 프리 스타일로 변하죠. 그러면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고 조직문화를 캐주얼하고 밝게 끌고 나갈 수 있어요.”

김 사장은 캐주얼 복장의 강점을 살려 직원끼리 가족문화를 형성하고 멀티태스킹을 하도록 권한다. 어려운 일이 발생하면 다같이 동참하고 솔루션을 찾아내며 사내의 채널을 단순화해 회사 성장에 기여했다.“저도 이따금씩 기내 청소를 돕습니다. 저가 항공사는 그라운드 타임(공항에 착륙해 있는 시간)이 짧아 시간이 촉박하므로 승무원, 조종사 가리지 않고 함께 기내 청소를 하거든요. 사장이라고 저 혼자 안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이렇게 말하는 김 사장도 대한항공 시절엔 양복 입은 대기업 임원이었다. 그때는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적으로는 청바지를 무척 즐겨 입었다. 지금도 10여 벌의 청바지를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해외 근무를 오래 해서인지 청바지 입는 것이 습관화돼 있죠. 청바지를 살 때는 직접 입어보고 미국 아웃렛 같은 곳에서 싸게 구입합니다. 좋아하는 청바지는 캘빈클라인이나 세븐진이고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밑위가 짧은 청바지는 좀 불편하더군요. 트루릴리전이라는 패션 청바지를 입어봤는데 자꾸 흘러내려서 혼났습니다. 아무리 청바지라도 내 몸에 맞는 게 편하고 좋은 거 같아요.”

청바지를 자주 입으니 정장보다 더 신경 쓰게 된다는 게 김 사장의 너스레. 청바지에 어울리는 셔츠나 재킷 쇼핑에 자꾸 눈이 가 아내에게 핀잔을 받기도 했단다. 그러면서도 아내는 기꺼이 김 사장의 청바지 스타일링을 책임지는 최고의 스타일리스트가 되어준다.

“청바지를 입으니 10년은 젊어 보인다고들 하죠. 요즘엔 공식석상에 나갈 때도 스스럼없이 청바지 차림인데, 사람들이 대표인지 모르고 잡상인 취급을 할 때도 있어 아직까진 좀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문화 충격이 있기 때문이겠죠. 청바지와 사고의 유연성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의상이 캐주얼해지면 거기에 어울리게 가치관과 문화를 표출하고 개진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10월부터 방콕과 마카오를 시작으로 국제선 취항에 돌입하는 진에어. 김 사장은 청바지 경영으로 청바지처럼 질기면서도 단단한 저가 항공사의 모범답안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글 김지연 기자. 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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