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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음란물이 넘쳐나는 사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때 여중생 출연의 포르노 비디오인 '빨간 마후라' 를 봤느냐는 소리가 장안의 화제였다.

최근엔 인기 탤런트 O양의 포르노가 남성 사회의 화제로 떠오르고 있고 한 인기 개그맨의 음담패설 카세트를 어느 대기업이 끼워팔기 상품으로 대량 유포했다 해서 비난을 받고 있다.

건전한 시민사회, 양식 있는 공동체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음란물 유포 현상이 아무 부끄러움이나 법적인 제재.제한 없이 넘쳐나고 있다는 사실에 우리는 우려와 경각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음란.외설물이란 대중사회에서 법과 윤리만으로 막을 수 없는 필요악적 존재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요악적 존재를 인정한다 해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 넘쳐나는 음란물 풍조는 도를 지나치고 있다.

적절한 규제와 최소한의 도덕적 한계마저 넘어서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도덕 불감증에 빠져들고 있다는 절망감마저 일 정도다.

우선 청소년들이 아무 제한을 받지 않고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사이트에 상시적으로 접할 수 있는 새로운 매체 환경 변화에 법과 제도가 속수무책이라는 점이 큰 걱정이다.

해외에서 제작되는 '야후' 의 섹스 검색어로 연결되는 1천여 사이트 중 절반 이상이 노골적 음란물 공급처다.

어떤 제재도 가할 수 없는 해외 제작물이다.

국내 제작물도 이에 못지 않다.

어떤 사이트엔 인기 연예인의 낯 뜨거운 장면이 나오고 여대 화장실의 몰래 카메라까지 등장하며 성폭력을 주제로 한 '야설' (야한 이야기) 이 급성장 추세라고 한다.

문제는 이런 사이트 대부분이 청소년들에게 아무런 제한 없이 노출되고 있고 이중 '빨간 마후라' 나 '몰래 카메라' 는 사이트 개설 후 1개월 만에 1백만 이상의 조회수를 보이는 폭발적 '인기' 를 누린다는 사실이다.

이런 유의 한글 포르노 사이트가 최소한 1백개 이상이라는 추정이다.

밤늦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포르노 사이트에 감염됐거나 중독증세에 걸려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작정 방치할 것인가.

전혀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단속기관이라면 검찰.경찰.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있다.

지나친 단속은 인터넷 산업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반발 때문에 주춤거리고 있다.

담당 요원도 빈약하다.

그러나 이젠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거론할 때가 됐다.

적어도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여론화하고 공론에 부쳐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국내 포르노 개설자와 웹사이트 운영자에 대한 철저한 단속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불건전 프로 차단장치인 NCA패트롤 보급을 확대하고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계몽강좌도 늘려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급한 일은 음담패설과 탤런트의 포르노에 깊이 빠져드는 어른들의 도덕 불감증부터 먼저 고쳐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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