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터뷰] 국내 첫 프로게이머 신주영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한국 첫 프로게이머로서 스스로에게 건 기대가 컸는데…. " 지난 10일 새벽 세계 최고수 게이머들이 실력을 겨루는 PGL 99시즌 최종예선에 탈락, 본선행 티켓을 놓친 신주영 (22.본명 朴窓準) . "평생을 두고 게임을 할 프로선수에게 한번의 실수는 중요하지 않다" 고 담담해 하면서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다.

PGL (Professional Gamers League) 은 미국의 대형PC메이커 AMD가 주최하는 상금규모 25만달러의 세계 최고의 프로 게임리그. 그는 이 리그에 한국인으로서 첫 참가, 지난 1월27일부터 450여명이 풀리그로 치른 1.2차 예선을 가볍게 통과, 관계자들의 기대를 모았으나 3차 최종예선에서 탈락했다.

대전 태생의 신씨가 본격 프로게이머로 삶의 행로를 정한 것은 대전북고등학교 2학년 시절. 일본서 주최한 게임 '버추얼파이터'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면서부터. 이후 그는 세계게임대회로부터 번번이 초청장을 받았다.

또 미국에서 프로게이머가 차세대 전문직으로 각광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국 최초의 프로게이머로서 승부수를 던졌다.

"처음에는 프로게이머를 알아주는 사람이 전혀 없었어요. '외아들' 인 저의 모든 걸 믿어주던 부모님들조차 설득하기 어려웠어요. " 인터넷 게임방에서 밤을 지새는 '비행청소년' 이 된 신씨는 세계정복의 꿈을 키우며 게임에 빠져들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맹훈련' 이었다. 신씨는 지난해 11월 인터넷을 통해 세계 게이머들이 실력을 겨루는 세계 스타크래프트 대회에서 1위를 차지, 세계 게임계를 놀라게 했다.

"반드시 체력이 필요해요. 상대가 싸움을 걸어오면 시차를 불문하고 대응하는 것이 프로의 세계입니다. " 스타크래프트 게임의 고수들은 주로 미국 동부지역에 몰려 있다. 이들과의 경기는 주로 한밤중부터 늦은 아침까지 진행된다. 낮밤이 따로 없는 불규칙한 생활이지만 눈만 뜨면 게임을 한다는 규칙 만큼은 어기지 않는다.

주요 경기를 앞두고는 게임 훈련에 15시간을 보내기도. 국내에서도 올 들어 KPGL이 시작됐지만 아직은 미미한 수준. 게임만 즐겨도 세계적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임을 보여주는 프로게이머 신주영씨. 해가 덩그마니 솟아오를 즈음 그는 퇴근해 깜빡잠을 잔 뒤 미국 동부지역에 해가 뜰 오후 5시 쯤 세계 최강의 게이머를 꿈꾸며 월 수입 2백만원 남짓의 직장, 인터넷 게임방 '슬기방' 으로 출근하고 있다.

◇ 스타크래프트란 = 98년 4월 미국 블리자드사가 출시, 현재 전세계 수백만명이 즐기고 있는 인터넷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이 게임은 블리자드사의 스타크래프트 전용네트워크인 인터넷 배틀넷에 접속, 전 세계 프로 게이머들이 승부를 겨룬다.

현재 국내에 성업중인 인터넷게임방에서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즐기는 게임도 바로 스타크래프트다.

가상공간에서 '테란' '프로토스' '저그' 족 등 3개 종족이 지배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는 내용으로 게임의 승패는 빠른 두뇌회전에 의한 전략 구사와 키보드.마우스 조작술에 크게 좌우된다.

고규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