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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명곡 20] 4. 드뷔시 '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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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로망 롤랑이 '꿈을 그리는 위대한 화가' 라고 격찬했던 클로드 드뷔시 (1862~1918) 는 프랑스 인상주의 음악의 대표적인 작곡가다.

그가 2년여 걸려 완성한 야심작 '바다' 는 드뷔시가 쓴 최대 규모의 관현악곡. '3개의 교향적 스케치' 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평론가 데이비드 콕스는 이곡을 가리켜 '프랑스 작곡가가 쓴 최고의 교향곡' 이라고 극찬했다.

드뷔시의 전기를 보면 그가 배를 타본 것은 영국을 다녀오기 위해 도버 해협을 왕복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선원 출신인 아버지로부터 어릴 때부터 바다 이야기는 수없이 들었다.

말하자면 바다는 드뷔시의 '오랜 친구' 였다.

드뷔시가 이 곡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1902년 런던 국립미술관에서 접한 영국화가 조셉 터너의 '비, 증기, 속도' 를 보고 나서부터다.

'3개의 스케치' 는 '바다 위에서 새벽부터 정오까지' '파도의 유희' '바다와 바람의 대화' 로 구성돼있다.

1악장이 바다의 신비스런 원경 (遠景) 이라면, 2악장은 파도의 숨결이 클로즈업 돼 피부에 와닿는다.

그래서 작곡가 겸 지휘자 피에르 불레즈는 섬세한 프리즘과 과감한 생략이 돋보이는 2악장을 높이 평가한다.

3악장은 질풍노도와 같은 낭만적 격정이 다채로운 음색의 팔레트로 묘사되고 있다.

특히 이 부분은 일본 화가 호쿠사이가 그린 '가노가와의 큰 물결' 을 보고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도가 주는 공포감과 에너지는 낭만주의 작곡가들이 묘사한 바다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이 곡을 가리켜 작곡자 자신은 '형체가 없는 바다 풍경' 이라고 말했다.

화성.선율.리듬.형식 면에서 종래의 개념을 타파, 불규칙 리듬에다 형식이 거의 없는 게 특징. 1905년 파리 초연 당시 '논리적 형식이 결여돼 있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 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드뷔시의 관현악곡으로는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과 함께 가장 널리 연주되고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 추천음반 = ▶세르주 보도 지휘, 런던필하모닉 (EMI) ▶피에르 불레즈 지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DG) ▶샤를 뒤투아 지휘, 몬트리올심포니 (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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