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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속빈 호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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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대로라면 올해 적자가 날 수도 있습니다. 수주가 늘고 있지만 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

삼성중공업의 한 간부는 "이런 이상한 호황은 처음 겪는다"며 머리를 흔들었다.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는 조선업계가 원자재값 상승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주요 원료인 후판 가격이 최근 2년간 2배 가까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반면 배를 만드는 데 2년 이상 걸리는 조선업의 특성상 최근 매출에 반영되고 있는 선박 가격은 2002년 결정된 것. 당시 배값은 사상 최악이었다. 올해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수주가격은 9000만달러지만 2년 전 수주가격은 6300만달러였다.

한국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선박가격이 높아지고 있지만 그보다 원자재값이 더 가파르게 올라 수익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 "일은 일대로 하고 손에 쥐는 것은 하나도 없는 꼴"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배 만드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후판 가격은 2002년 t당 37만원에서 최근 55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당시 달러당 1200원선이었던 환율도 올해 1160원으로 하락해 조선업계의 수익성 하락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3대 조선업체의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예상 밖으로 저조하다. 삼성중공업은 상반기 매출이 10.3%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률은 1.3%에 불과해 사상 최악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고 13일 발표했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2.4%였으며 2분기엔 0.3%로 떨어졌다. 상반기 영업이익(293억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6.5% 감소했다.

현대중공업도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1.6%에 그쳐 영업이익(697억원)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의 상반기 영업이익(1537억원)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18% 줄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4% 늘어난 것과 대조되는 기록"이라며 "최근 15개월 연속 영업이익률이 하락해 앞날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제 원자재값 상승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최근 국내 조선용 후판의 30%가량을 대고 있는 일본 철강회사들은 다음달부터 현재 420달러인 후판 가격을 600달러로 인상한다고 예고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들도 후판 가격을 8월 말 인상할 예정이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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