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새 주인 찾는 '사랑의 포장마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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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안녕하세요. 저 박정문입니다. 기억하시겠어요?" 11일 오전 기자에게 걸려온 낯익은 전화 목소리. 잠시 기억을 더듬었다.

아하, 포장마차 주인 박정문 (37) 씨!

"그럼요. 기억하고 말고요. 요즘 장사는 잘되세요?" 떡볶이를 뒤집고 어묵 국물을 우려내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던 朴씨와 부인 洪정화 (23) 씨 부부의 얼굴이 금방 떠올랐다.

朴씨 부부는 지난해 본지 11월 16일자 23면 '임산부 노숙자 가족살린 이웃 사랑의 힘' 제하의 기사에 소개된 주인공.

국제통화기금 (IMF) 한파 속에 서울역 앞 '일가족 노숙자' 로 전락, 노숙 생활 와중에 두살 아들마저 잃어버리고 설상가상으로 새 아이까지 임신해 절망 속에 신음했던 그들. 그러나 많은 이웃들의 사랑으로 보금자리와 포장마차를 마련해 희망을 되찾았던 부부다.

"여기 동대구예요. 저 중국식당 차렸어요!" 서울압구정동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50대 부부가 무상양도해준 포장마차를 꾸리던 朴씨 부부는 지난달 대구로 내려갔다.

대구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宋충호 (56) 씨가 '朴씨는 오랜 중국요리 경력의 소유자' 라는 보도를 접하고 "자본은 내가 댈테니 요리와 운영을 맡아달라" 고 제안한 것. 그렇게 해 지난 5일 대구시수성구파동에 '맛나식당' 이 문을 열었다.

이익은 반씩 나누기로 했고 살림집도 식당 부근에 마련했다.

서울의 포장마차는 사회복지재단 '사랑의 전화' 에 기증해 다음 주인이 될 노숙자를 기다리고 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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