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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 호흡기 환자에 치명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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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여름 대낮 도심을 오가며 살수차가 아스팔트 길에 물을 뿌려대는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아까운 물을 길거리에 뿌리는 이유는 뭘까. 거리청소나 먼지제거는 주 목적이 아니다. 정답은 오존 감소에 있다. 기화열을 이용해 기온을 식혀 자동차 배기가스와 태양광선이 만나 생성되는 오존의 양을 줄이기 위해서다.

오존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발령한 오존주의보 횟수는 129회(10일 현재)로 지난해의 48회는 물론 1995년 이래 최고 기록이었던 2000년의 52회를 훨씬 넘어선 역대 최고 기록이다. 오존 예방과 대책에 대해 알아본다.

◇오존이란 무엇인가=오존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성층권에 밀집한 오존은 자외선을 차단한다. 살균효과를 지니기도 한다. 고마운 오존이다. 그러나 대기권에서 자동차 매연과 태양광선이 결합해 발생하는 오존은 호흡기 손상을 초래하는 나쁜 오존이다.

여름철 오존주의보를 많이 발령하는 이유도 태양광선이 여름철에 가장 강하기 때문이다. 주로 노인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 기침과 함께 호흡곤란.메스꺼움 등 증세가 나타난다.

◇오존주의보가 내리면=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냉방이 잘 된 실내보다 뜨거운 태양광선이 작열하는 실외 공기 중 오존 농도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특히 차가 많은 도심 거리에서 다소 떨어진 부도심권 배후지역이 더욱 위험하다. 건물이 밀집해 공기의 흐름이 적은 데다 자동차와 가까운 곳에선 자동차 배기가스에 많은 일산화질소가 오존농도를 다소 감소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찻길보다 오히려 찻길 뒤편 골목길이 더 해로울 수 있다는 뜻이다.

오존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실내에 머무르는 것이다. 운동도 삼가는 것이 좋다. 천식이나 기관지염.폐기종 등 호흡기 질환자는 오존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외출은 금물이다. 오존 농도가 높을수록 사망률이 높아진다는 보고도 있다.

마스크는 무용지물이다. 마스크는 침방울을 차단해 감기는 일부 예방할 수 있으나 오존처럼 작은 분자크기의 물질은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어떤 협조를 해야 하나=근본대책은 차량이용을 줄이는 것이다. 주의보 기간엔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한다. 버스를 이용하면 승용차 40여대에서 발생하는 오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자동차 정비도 중요하다. 국립환경연구원의 조사 결과 엔진오일과 연료필터.점화플러그 등 차량 정비만으로 오존발생 배기가스인 휘발성 용제 배출량을 65%까지 줄일 수 있었다.

과적이나 공회전도 오존 발생을 증가시키므로 피해야 한다. 에어컨의 과도한 작동도 엔진에 무리를 주어 오존발생을 증가시킨다.

에어컨 1단의 경우 배기가스 방출량은 28.3% 증가하지만 4단의 경우 49.6%로 급증한다.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넣을 땐 대낮을 피하는 것이 좋다. 휘발유를 주입하는 과정에서 새어나오는 가스와 태양광선이 결합해 다량의 오존이 생성되기 때문이다. 사소해 보이지만 이렇게 발생하는 오존량도 전체 발생량의 9%나 된다. 마찬가지 이유로 여름엔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지 않도록 한다. 휘발유가 차량 밖으로 흘러나오면서 다량의 오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

◇도움말:단국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권호장 교수, 환경부 대기정책과 김민호 사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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