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묘도 혹시…때아닌 성묘객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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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신격호 (辛格浩) 롯데그룹 회장의 선친 묘소 도굴사건이 발생한 뒤 때아닌 성묘객이 부쩍 늘어났다.

민족 고유 명절인 설을 쇤지 얼마되지 않은데다 다음달 6일 한식이 불과 한달도 채 남지않은 시점에서 이번 도굴사건이 시민들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짐작케 한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 장묘사업소 산하 용미리 공원묘지사업소에는 주말이면 4백~5백여명의 성묘객이 찾았으나 6일과 7일에는 평소보다 2백~3백명 많은 7백~8백여명이 찾았다.

또 평소 20~30여명 찾던 망우리 공원묘지에도 1백여명이 가족단위로 찾아와 성묘를 하고 묘소를 다듬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도 화성의 문중 선산을 찾은 유강희 (54.회사원) 씨는 "회사일이 바빠 명절을 제외하고는 선친의 묘소에 대해 소홀했었는데 묘소 도굴사건이 난 뒤 돌아가신 아버님과 어머님이 꿈에 자주 보이고 왠지 마음 한켠이 허전해 계획에 없이 불쑥 찾게 됐다" 고 말했다.

정신문화연구원 한상진 (韓相震) 원장은 "IMF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실에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은 윤리공동체가 무너졌다는 의미" 라며 "묘소를 많이 찾는 것도 엄밀한 의미에서 효도나 조상에 대한 존경 등 윤리적 문제이기보다는 '부모의 묘소를 잘 가꿔야 집안이 복을 받는다' 는 한국의 토속적인 풍수사상이 작용한 것 같다" 고 해석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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