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홍보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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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홍보업무 경력이 있는 김한길씨가 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 되고 청와대 비서실 편제가 조정되는 것을 계기로 현정부 국정홍보의 문제점들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청와대는 현재 정무.공보수석실에 흩어져 있는 국정홍보 기능을 상당 부분 정책기획수석실로 옮겨 강화할 계획이라 한다.

'강화' 를 얘기함은 국정홍보에 여러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도 된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운영자들은 그동안 제2건국운동.국민연금.지역차별시비 등 여러 국정현안에 논란이 빚어진 것은 국정홍보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부처별로는 대변인들이 있으나 종합적으로 정부의 국정철학이나 정책취지를 알리는 '대표홍보' '기획홍보' 가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이 정부내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국정홍보에 관심을 갖는 것은 정부의 업적선전을 더 잘 하라는 것이 아니다.

국정홍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곧 정부와 국민, 정책과 국민간에 거리가 있다는 말이고 그래서는 원활한 국정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기에 정부의 홍보체제부터가 문제다.

현재 정부대변인은 총리 공보실장으로 돼 있다.

하지만 공보실장은 현재 거의 총리실 대변인 역할에 머무르고 사실상 정부대변인은 없는 상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대변인이라면 홍보에 관한한 부처실무자들을 지휘할 수 있어야 하는데 1급 지위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1급인지라 차관급회의에선 배석자에 머무르고 그가 주재하는 부처공보관회의에도 별로 힘이 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권 초기에는 국무회의 내용을 정부대변인인 공보실장이 아니라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이 발표하는 이상한 모양새도 있었다.

정부대변인 체제가 엉성하니 청와대대변인이 빅딜에서부터 언론개혁문제까지 언급하는 상황이 됐다.

대통령 참모인 청와대대변인의 발언은 곧바로 대통령의 생각으로 해석되고 일이 논란을 빚는 경우엔 부담이 곧바로 대통령에게 가는 부작용도 있는 것이다.

청와대대변인이 내각의 일을 지나치게 많이 언급하면 부처의 위축이나 업무혼란 등의 문제도 파생된다.

이처럼 정부의 홍보체제나 역할분담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국정홍보의 결함은 집권당에도 해당된다.

주요 사안에 대해 당 지도부는 정부.청와대와 협의하면서 언론을 접촉하거나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적극성을 가져야 하는데 국민회의는 이 부분에 관한한 주인의식이 별로 없는 것 같다.

金신임수석은 "알맹이 없는 홍보는 사기" 라는 국정홍보관을 피력했다.

비서실 개편을 계기로 정부는 홍보에 어떤 알맹이를 담고 그 알맹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언론과 국민에게 알릴까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잦은 정책혼선과 행정난맥을 그저 홍보부족 탓이라고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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