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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본회의 스케치] 자민련 이틀째 내각제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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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국의 뇌관이 돼버린 내각제 문제는 4일 대정부 질문에도 빠짐없이 등장했다.

경제.사회문화 분야의 질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민련측은 상당시간을 할애, 내각제 추가공세에 나섰다.

국민회의측은 전날과 달리 함구로 일관, 내각제 쟁점을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모습이었다.

자민련 이상만 (李相晩) 의원은 "미국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 의 한국담당 이사와의 면담시 두여당 합당설.내각제개헌 가능성 등을 집중 질의해왔다" 고 소개한 뒤 "이미 국제문제화한 내각제 실시 여부가 신뢰도.경제회복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은근히 압박.

당초 질문원고에 내각제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던 지대섭 (池大燮) 의원도 당내 분위기를 직감한 듯 "내각제를 기대하며 총리의 조속한 결단을 촉구한다" 는 발언을 연설 말미에 추가.

자민련은 그러나 연이틀 파상공세의 후유증인 듯 "대통령.총리의 내각제 약속은 헌법에 상응" (이상만) , "지금 모든 국민의 정치적 관심은 7천만 겨레 앞에 약속한 내각제 개헌여부" (김허남) 등의 과장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반면 국민회의 송현섭 (宋鉉燮).박광태 (朴光泰).정희경 (鄭喜卿) 의원 등은 일절 대꾸를 피한 채 경제.교육분야만 질문. 한나라당은 전날의 '내각제 지지성 (性) 틈새벌리기' 발언대신 두 여당의 갈등을 싸잡아 비난했다.

김홍신 (金洪信) 의원은 "대통령.총리가 내각제를 놓고 구름속 암호같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에 차라리 국민연금.국민불편사항을 논의하라" 고 몰아붙였다.

백승홍 (白承弘) 의원은 "공동정권 1주년 기념식의 여당간 격돌은 국민을 불안케하고 국제신인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주장. 답변에 나선 김종필 (金鍾泌) 총리는 "대통령과 나의 입장은 이미 지난 대선때 결정된 것이며 추진방법 논의만 남았다" 고 해 내각제 개헌을 기정사실화하는 입장을 취했다.

전날 "양당합의가 뚜렷해 담판할 사항이 아니다" 고 했던 발언과 같은 맥락이었다.

金총리는 저녁의 2차 답변에서도 "지금 (내각제를) 하고 말고 결정할 시간은 지났다" 며 내각제 개헌 자체는 이미 존재하는 약속임을 재차 주장.

金총리는 그러나 "나는 대통령이 일을 극히 생산적으로 해나갈 수 있게 보좌할 책임이 있다" 며 "양당간의 약속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수행할 것인가 심사숙고 중이니 좀 시간을 달라" "아직 그렇게 다급한 시간이 아니다" 고 부연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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