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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 이은일씨 5년째 '사랑의 약수'봉사 화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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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일 오전 6시5분, 경기도안산시본오2동 본오산 약수터. 삐걱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이은일 (李殷一.62) 씨가 양쪽 손에 5개의 빈 물통을 들고 언덕길을 오른다.

익숙하게 약수를 받은 李씨는 콧노래를 부르며 페달을 밟는다.

인근 약수경로당을 비롯, 李모 (73) 할머니 등 혼자사는 노인 5명의 집에 약수를 배달하기 위해 떠나는 광경이다.

매일 아침을 이렇게 여는 李씨의 '사랑의 약수' 봉사는 상업은행에서 정년퇴직한 지난 94년 2월부터 시작됐다.

"왜 꼬치꼬치 묻소. 돈 안들이고 운동해서 좋고, 받는 사람은 받아서 기쁘지 않겠습니까. " 이렇게 잘라 말하는 李씨는 한때 주민들 사이에 '주인공을 찾아라' 는 수배 (?)가 내려질 정도로 남모르게 약수통을 놓고 사라지곤 했다.

그는 또 일요일마다 집에서 손수 담근 막걸리를 10개의 페트병에 담아 약수경로당에 전달하는 봉사도 계속하고 있다.

李씨는 '환경 파수꾼' 으로 더 소문나 있다.

마을 구석구석을 돌며 쓰레기를 주워 나르고 가정에서 쓰다버린 가구.가전제품.용기 등을 손질, 재활용하는 일을 제2의 직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자전거에는 항상 드라이버.스패너 등이 실려 있다.

폐용품을 즉석에서 분해, 쓸만한 부속은 공구상이나 공사현장에 무료로 갖다주기 위해서다.

'재활용 공장' 이 차려진 李씨 집 옥상은 재활용품이 빼곡히 쌓여 있어 만물상을 방불케한다.

지난 8월 문을 연 약수경로당내 책상.의자.옷걸이.지팡이.침구세트들도 李씨가 이곳에서 정성껏 손질한 것들이다.

최근엔 승합차 세대분의 헌 옷가지를 세탁해 불우이웃 돕기 바자회에 기탁했다.

버려진 우산대로 지팡이 1백여개를 만들어 수원 광교산 입구에 비치하기도 했다.

주택가를 돌며 쓰레기 분리수거 실태를 점검하고 상태가 불량하면 즉시 시정을 요구하는 일도 李씨의 오후 일과중 하나. 지난 달에는 이사온 집의 분리수거를 지적하다 30대 주부로부터 "뭔데 상관하느냐" 는 수모를 당했으나 결국 설득에 성공했다.

李씨의 행동을 못마땅해 하던 부인 윤중호 (61) 씨 등 식구들도 이제는 이해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가정생활에선 자린고비를 고집한다.

옥상에 빗물 저장 물탱크를 만들고 화장실까지 호스를 연결, 청소.화초재배 등 허드렛물로 쓰고 있다.

李씨 본인은 물론, 아들과 손자 등도 李씨가 주워 온 헌 옷을 빨아 입는 것이 생활화 됐다.

그의 집은 영하 6℃까지는 겨울에도 난방시설을 켜지 않는다.

李씨는 자신의 생활태도에 대해 "당연히 해야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이라고 단순하게 설명했다.

도움 주신분 = 옥은희 명예기자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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