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김철용.신치용 감독 '알고보면 부드러운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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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LG정유 김철용감독]

지난달 27일 끝난 99한국배구 슈퍼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남자부 3연패를 이끈 삼성화재 신치용 (44) 감독과 여자부 9연패의 금자탑을 쌓은 LG정유 김철용 (45) 감독. 부산 성지공고.성균관대 동기동창인 두 감독이 국내 최고 사령탑으로 진가를 인정받은데는 '채찍과 당근' 을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탁월한 지도력이 밑바탕이 됐다.

'독사' 라는 별명의 김철용 감독은 남자선수들도 혀를 내두를 만큼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것으로 악명높다. 오전 8시 러닝으로 시작해 웨이트트레이닝.실전연습 등 오후 4시까지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숨돌릴 틈 없이 반복되는 훈련을 받다 보면 선수들의 입에서는 단내가 날 정도다.

그러나 채찍만으로는 조직을 이끌 수 없다. 동기부여를 위한 적절한 당근이 필요한 것이다.

'이겼다' 는 결과보다 '어떻게 이겼느냐' 를 중시하는 철저한 승부사인 그의 당근은 아버지로서의 역할이다.

김감독은 선수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합숙을 해와 배구밖에 모르는 반쪽 선수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자상한 아빠 역할을 하고 있다.

첫번째 목표는 선수들을 모두 대학에 진학시켜 못한 공부도 하고 예비 사회생활의 경험을 시키고 있는 것.이번으로 통산 다섯번째 최우수선수상을 수상한 장윤희 등 7명이 대학에 진학, LG는 학력이 가장 높은 구단이 됐다.

그는 구단을 졸라 선수들의 학비지원도 받아냈다. 그는 또 연습이 끝난 후에는 선수들을 운전학원으로 내몰아 현재 모든 선수가 운전면허증을 따게 만들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감독은 일요일에는 훈련을 쉬면서 선수들과 영화를 보는 등 가족적인 분위기를 조성, 끈끈한 응집력이 슈퍼리그 9연패의 신화를 일궈냈다.

김종길 기자

[삼성화재 신치용감독]

"자준비됐지. 오늘도 50바퀴다. " 2시간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을 마친 삼성화재 선수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운동장으로 또다시 발길을 돌린다.

'체력 = 승리' 라는 신치용 감독의 지론대로 매일 반복해온 훈련이다. 연습이나 경기 내용이 마음에 안들면 "20바퀴 추가" 라는 감독의 지시에도 선수들은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는다. 훈련 자체가 즐겁기 때문이다.

신감독의 선수관리는 유별나다. 혹독함 대신 '옆집 아저씨' 같은 마음으로 선수들을 대한다. 무엇이든 재미있고 즐겁게 하자는 평소의 주장대로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훈련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실력이 좀 모자란다 싶은 선수는 조용히 불러내 같이 연습하는 자상함도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일단 코트에 들어서면 그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선수들이 긴장을 풀까봐 경기와 관련된 얘기 외엔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평소 훈련을 게을리했던 선수가 경기 도중 잘못했다 싶으면 곧바로 불러내 눈물이 쏙 나올 정도로 가혹하게 야단을 친다.

95년 팀 창단 후 신생팀으로서 슈퍼리그 3연패 위업을 이룬 신감독. 경기를 앞둔 전날은 주변과 연락을 일절 끊고 전략 구상에 골몰하는 그의 치밀함은 유별난 선수관리와 함께 '코트의 제갈공명' 이라는 별명을 얻게 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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