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창업] 형제.사촌모여 '낚싯바늘 고리' 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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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기계만 만져온 형제들이 모여 외제를 능가하는 첨단 어구 (漁具) 제작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

26일 오후 대구 성서공단내 ㈜시텍 (사장 鄭永斗.30) .귀를 찢는 듯한 기계소리가 20여평의 공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鄭사장을 비롯, '회장님' 격인 아버지 태선 (泰善.59) 씨와 동생 영길 (永吉.29).사촌형 영화 (榮華.38).이종사촌 전응선 (全應善.38) 씨 등 일가족이 종업원 2명과 함께 꽁치.고등어 등을 잡을 때 쓰는 어선용 낚싯바늘 고리 (스냅) 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전형적인 가족창업 형태인 이 회사가 설립된 것은 지난해 7월. 전문대 경영과 졸업 후 2년 전만해도 아버지 밑에서 릴 낚싯대용 부품 수출로 짭짤한 재미를 보던 영두씨는 수입원자재 값의 폭등으로 지난해 초 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시름 속에 두달여를 허송 세월한 끝에 떠올린 것이 바로 스냅 제작 - .길이 10㎝의 스냅은 낚싯바늘을 주낙줄에 주렁주렁 거는데 필요한 부품으로 국내에서는 서너군데서 수작업으로 만들 뿐 기계제품은 일본과 노르웨이 제품이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을 정도의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영두씨는 조사를 통해 스냅의 수요가 세계적으로 한달에 줄잡아 3백만여개나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기계화하기만 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에게는 25년 동안 어구 관련 기계제작에 특허만 7개나 갖고 있는 아버지의 뛰어난 기술이 있었다.

부자가 머리를 맞댄지 한달도 채 안돼 아버지 태선씨는 지난해 6월 자동화기계를 고안해내는데 성공했다.

자동화기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엔지니어와 자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영두씨는 즉시 집안의 가까운 손 재주꾼들을 끌어모았다.

기계제작사에서 일해온 동생과 정밀기계 쪽에서 공정개발을 맡았던 사촌형, 기술자면서 무역을 하다 쉬고 있던 이종 全씨가 합류했다.

영두씨가 30%, 全씨 15% 등 다섯 식구가 공동 출자해 1억원의 자본금이 마련되자 지난해 7월 법인을 설립하고 영두씨와 아버지는 자동화기계를 발주했다.

영화.영길씨는 공장설비, 응선씨는 인터넷을 통해 샘플을 보낼 곳을 물색했다.

이윽고 지난해 11월 시제품을 선보이자 바이어들로부터 들쭉날쭉한 수제품보다 제품이 고르고 재질도 괜찮다는 평과 함께 주문이 잇따랐다.

손으로 만들 경우 10시간 동안 1천~1천5백개 정도 생산하는데 비해 같은 시간에 4천개를 만들 수 있어 개당 2백50원에 수입하는 스냅의 단가를 1백60원까지 낮췄기 때문이다.

시작한지 석달밖에 안됐지만 벌써 7만여개를 주문받아 브라질 등 남미로 전량 수출하는 등 상반기중 최소 20만개는 소화될 것으로 보고 제작 중이다.

鄭씨 가족은 내친 김에 개당 4백50원에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12.5㎝짜리 원양 참치잡이용 대형 스냅 제작에 뛰어들었다.

2백여척에 이르는 국내 참치선단들이 일본으로부터 스냅 구입에 쓰는 비용은 연간 1백여억원대. 최근 한 참치회사로부터 품질만 좋다면 기꺼이 제품을 사겠다는 반승낙도 받았다.

영두씨는 "상반기중 참치잡이 스냅까지 생산하면 올 매출을 40억원까지 올릴 수 있을 것" 이라며 "꽁치잡이용 3대와 참치잡이용 스냅기계 1대의 추가 제작을 의뢰했다" 고 밝혔다.

대구 =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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