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노사정위 탈퇴…정부에 직접대화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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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주노총 (위원장 李甲用) 이 24일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강행하는 한편 정부와의 직접협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장외투쟁에 나선 노동계가 구조조정 대상 기업의 노조들을 규합해 3, 4월 총력투쟁을 벌일 계획이어서 회복 기미의 경제에 대한 영향과 사회불안까지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노동계를 장내로 끌어들이는 설득노력을 계속하는 한편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할 방침이어서 당분간 팽팽한 긴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대검은 25일 오후 국가정보원.노동부.경찰 등 공안합동수사본부 실무협의회를 긴급 소집, 노사분쟁에 적극 대처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시한부 파업을 예고한 기아.현대 계열사 노조 지도부 10여명에 대해 곧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용산구민회관에서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대의원대회를 열고 투표없이 박수를 통한 만장일치로 탈퇴를 확정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위 해체투쟁도 벌이기로 했다.

이들은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는 노사정위 잔류는 의미가 없다" 며 ▶일방적 구조조정 및 정리해고 중단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보장 ▶2백만 실업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산업별 교섭 보장 등 네가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또 올 임금인상 요구율을 7.7%로 정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노정 (勞政) 협상에서 당국이 이같은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3, 4월부터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전개키로 했다.

또 금속연맹 소속 현대.기아 공대위는 이 자리에서 25~27일 시한부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특히 투쟁 역량을 집결키 위해 이날 사의를 표시한 이갑용 위원장의 사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올 상반기까지 현재의 지도체제를 유지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 탈퇴 강행은 전략적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어서 노정협상의 여지는 남아 있다.

이날 대회에서도 "탈퇴만이 능사가 아니다" 는 내부의 온건론이 나왔고 이갑용 위원장은 "새로운 협의의 틀을 만들든지, 아니면 노사정위 기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방안을 제시하면 협상에 나설 용의도 있다" 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26일 대의원대회에서 구조조정 즉각 중단 등을 촉구하며 노사정위 탈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와 재계 및 시민단체들은 노동계의 노사정위 탈퇴 방침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며 자제를 촉구했다.

이기호 (李起浩) 노동부장관은 "노사정위는 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절실한 기구" 라며 "근로자를 위해서도 정상적으로 운영되게 해야 한다" 고 노동계의 노사정위 복귀를 호소했다.

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일단 사과하고 노사정위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강력한 의지와 대책을 제시하라" 고 밝혔다.

또 경총은 "노동계의 노사정위 탈퇴는 국민의 여망을 저버리는 처사" 라며 "구시대적 노동운동으로 되돌아 가고자 하는 명분없는 결정" 이라고 비판했다.

고대훈.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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