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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개막식] 전쟁 3국 3색

중앙일보

입력

이라크 입장에 뜨거운 박수

○…'테러와의 전쟁'을 내세운 미국의 침공에 이어 내전 상황으로 빠져들어 어렵게 출전한 이라크 선수단에 그리스 관중들이 뜨거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후세인 전 대통령의 아들 우다이가 국가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선수를 고문하는 등 악행으로 IOC에서 축출됐던 이라크는 최근 재가입이 허용됐지만 전화(戰火)에 휩싸여 호주 군용기를 빌려타고 겨우 출전했다.

이런 이라크가 개막식에서 61번째로 입장하자 그리스 관중들은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녹색 상의와 흰색 바지를 말끔하게 차려 입은 이라크 선수단은 미국 주도의 과도정부 시절 만들었던 새로운 국기가 아닌 후세인 정권 시절까지 쓰던 국기를 들고 나왔다.

미국 선수단, 비교적 '조신'

○…테러리스트 단체들의 표적이 돼 잔뜩 몸을 움추리고 있는 미국 선수단은 종전 대회 때마다 보여주던 자유분방한 모습 대신 차분하게 행진을 벌였다.

500명이 넘는 매머드급 선수단을 내보낸 미국은 성조기 손깃발도 없이 손을 흔드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으며 방송 카메라를 향해 괴상한 몸짓을 해대던 선수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선수단은 VIP석에 앉은 부시 전 대통령과 바버라 부시 부처가 일어서서 박수를 보내자 '아버지를 만난 어린이'처럼 반가와 했다. (아테네=연합뉴스)

아프간, 여성기수 등장

○…심각한 여성차별을 자행했던 아프가니스탄 이 여성 코치를 올림픽 기수로 내보냈다.

아프가니스탄의 니나 수라트게르 코치는 14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그리스 아테네의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04아테네올림픽 개막식에서 기수로 등장해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여성의 스포츠 활동과 올림픽 출전을 엄격히 금지했던 탈레반 정권을 겪었던 아프가니스탄의 올림픽 선수단을 여성이 대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수라트게르는 그러나 지난 2001년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기 전부터 몰래 운동을 계속했고 미군 주둔 이후에도 여성 스포츠 재건에 앞장서왔던 선구자로 일찌감치 올림픽 기수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8년간 올림픽 출전을 금지당했던 아프가니스탄은 이번 대회에 사상 처음으로 로비나 무퀴마야르(육상)와 프리바 라자이(유도) 등 2명의 여성 선수를 뽑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테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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