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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업계는 아직 찬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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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경기회복 훈풍에도 불구하고 국내 해운·택배 업계에는 계속 찬바람이 불고 있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좋아지면 물동량이 늘기 때문에 물류 업계에 맨 먼저 훈풍이 부는 게 정상이다. 기업들의 전반적인 실적 호전으로 정부 일각에서 시장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출구전략’ 논의까지 있지만 물류 업계에서는 ‘남의 얘기’인 셈이다.

◆구조조정 몸부림치는 해운 업계=한진해운은 지난달 국내에서 근무하는 직원 900여 명을 대상으로 재직기간에 상관없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이 중 30여 명이 퇴직을 신청했다. 한진해운은 이미 올 초 해외 현지 직원 2000여 명으로부터 희망 퇴직 신청을 받았으며, 약 5%인 100여 명을 퇴직시켰다.

국내 해운 업계 ‘빅3’로 불리는 한진해운·현대상선·STX팬오션은 올 2분기에만 2870억원, 1465억원, 802억원씩 영업손실을 봤다.

운임지수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해운 업계 시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올 6월 4000선을 넘으며 잠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7월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며 지난달 31일 현재 2421까지 떨어졌다.

한국선주협회 양홍근 이사는 “아시아~미주 항로의 물동량이 올 2월 72만TEU(길이 20피트·높이 8피트·폭 8피트짜리 컨테이너)로 바닥을 친 뒤 6월 90만TEU로 서서히 늘고 있다”며 “해운 업계 특성상 경기회복 반응이 아무리 빨라도 2~3개월 걸리고, 선박 과잉 투자 후유증을 극복하는 기간이라 고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과당경쟁으로 출혈하는 택배 업계=택배 업계는 경기회복으로 인해 물동량은 늘고 있지만 경쟁이 치열해 되레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경유 값은 160% 상승한 데 반해 택배 요금은 오히려 42% 하락했다. 택배업체 난립으로 차별화된 서비스 경쟁보다는 점유율 확대를 위한 저가 공세로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 업계 종사자는 10년 전 1만 명에서 4만5000여 명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크기와 배송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1999년 택배 요금은 평균 4070원이었다. 그러나 과당경쟁이 벌어지면서 올해는 평균 2350원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개인 간 소량 운송의 경우 택배 원가는 3000원 수준인데 출혈 경쟁을 벌이는 것이다. 배송 기사의 주·정차 벌과금도 월평균 3만2000원으로 근무환경이 나빠져 이직률은 30%에 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 임재국 물류혁신팀장은 “택배 물량은 연간 20%씩 증가하고 있지만 택배업체의 수익률과 구성원의 근로 환경은 악화 일로를 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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