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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 미국의 고민]중국.일본 입김 세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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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 중국.일본의 입김 강화 = 지난해 8월 북한의 장거리미사일 실험발사는 미국의 대북정책 구도를 크게 흔들어 놓았다.

그중 중요한 획이 예사롭지 않은 일본의 반응. 그동안 일본은 경수로 건설비용을 일정부분 감당하는 등 미국의 주문대로 움직여왔다.

그러나 일본열도를 지나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격앙된 일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아놀드 캔터 전 국무차관은 "이제는 일본의 입장을 고려해야 하는 필요성이 새롭게 대두됐다" 며 "미정부가 대북정책 수행과정에서 일본의 입장을 기정사실화하던 입장을 더이상 취할 수 없게 됐다" 고 말한다.

특히 그는 "일본의 재정적 기여 없이는 북.미 기본합의가 설 땅이 없다" 고 지적했다.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둘러싸고 중국의 역할에 대한 미국내 논란도 한창이다.

리처드 솔로몬 미 평화연구소장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은 중국의 역할을 절대 과소평가해선 안된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솔로몬 소장은 지난 10일 미하원 청문회에서 "중국의 참여 없이는 대북 포용책이든 강경책이든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고 역설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정부의 한 고위관리가 "우리는 공식성명에서 '중국이 우리를 돕고 있다'

고 말하고 있으나 실은 이에 대한 확고한 증거는 없다" 고 말했다.

인권.무역 등 미.중관계에 각종 현안이 많은데 중국이 대북문제를 미국 입맛대로 해줄 리 없다는 얘기다.

중국은 이미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북한 금창리 핵의혹시설에 대한 사찰을 '터무니없다' 고 일축한 바 있다.

결국 미국으로선 일본의 격앙도 고려해야 하고 중국과도 힘겨운 줄다리기도 해야 하는 초조한 상태에 빠진 것이다.

◇ 한국과의 조율 = 한.미는 일단 '포괄적 대북정책' 이 필요하다는 데엔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 문제도 간단치 않다.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임동원 (林東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과 국회의원단의 활동을 지켜본 미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한국측은 남북 교류와 협력만을 강조했고 미측은 군사 억지력 강화의 필요성만을 역설했다" 고 귀띔했다.

한.미 양국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미국정부 관리들은 한국정부의 입장을 고려한다고 말하고는 있다.

웬디 셔먼 국무장관 자문관은 "페리팀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주된 고려사항은 미의회의 반응과 함께 한국정부 입장" 이라고 국회의원단에 밝혔다.

이런 미국의 곤혹스러움은 대북 강경론이 우세한 의회분위기에도 기인되고 있다.

마크 커크 미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전문위원은 "북한이 대미약속을 위반하고 있는데 미정부가 의회를 상대로 기본합의 이행을 위한 예산을 지원해 달라는 요구는 한마디로 수용할 수 없다" 고 잘라 말했다.

일괄타결을 놓고 예상되는 한.미간 쟁점은 북한이 일괄타결안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취할 단호한 조치에 대한 폭이다.

물론 한국정부의 동의 없이는 대북 무력응징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미국정부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정부의 대북정책 구상에 한국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으니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한국이 져야한다는 게 미국정부의 입장이다.

이를 보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그 어느 때보다 한국정부가 대북정책에 심각한 관심과 구체적 정책대안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한국정부의 일괄타결이라는 정책의지가 실천으로 옮겨질 경우 한.미 동맹관계의 성격변화와 주한미군의 위상 및 규모 조정 등도 한국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겨들을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도움말 주신 분>

▶리처드 솔로몬 : 평화연구소장.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벤 길먼 :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 ▶마이클 아마코스트 : 브루킹스 연구소장 ▶에드윈 풀러 : 헤리티지재단 소장 ▶아놀드 캔터 : 전 국무차관 ▶리처드 아미티지 : 전 국방차관보 ▶제임스 릴리 : 전 주한대사 ▶윌리엄 오덤 : 전 국가안보위원회 (NSA) 위원장 ▶마크 커크.피터 브룩스 :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전문위원 ▶로버트 매닝 :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웬디 셔먼 : 국무장관 자문관 ▶제임스 프리스텁 : 국방대학 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 ▶셀리그 해리슨 : 센추리 재단 선임연구원 ▶리온 시걸 : 사회과학 연구협의회 연구위원

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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