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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길스터·윌리엄 미첼 전문서 선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니컬러스 네그로폰테와 마크 포스터, 그리고 오마에 겐이치. 이 세사람은 90년대 중반 명성을 날렸던 정보화시대 문명비평가 겸 활동가로서 산업사회에 안주하고 있던 지구촌 사람들을 '인터넷 유목민' 으로 떠돌게 하는 이론.행동논리를 제공했던 당사자들이다.

미 MIT 미디어연구소장인 네그로폰테는 '디지털이다' (95년) 를 통해 소위 '네그로폰테 스위치' (기존의 유선전화는 무선으로, 기존의 무선TV은 케이블TV와 멀티미디어용 정보고속도로로 대체되는 것) 를 주창했던 인터넷의 실무적 선구자. 미 캘리포니아대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포스터의 경우 '뉴미디어의 철학' (94년)에서 푸코.데리다.하버마스 등을 등장시키면서 데이터베이스와 디지털을 근간으로한 새로운 글쓰기론을 펼쳤다.

일본 맥킨지 대표를 거쳐 현재 정치변혁의 단체 헤이세이유신회를 이끌고 있는 오마에는 '인터넷과 비지니스 혁명' (95년) 를 통해 네트워크 문명과 기업경영 혁신의 상관관계를 규명해 주목을 받았다.

이 연장선상에서 두권의 책이 선을 보였다. 하나는 주요 컴퓨터잡지 컬럼니스트 폴 길스터의 '디지털 리터러시' (해냄.김정래 옮김.1만원) 고 다른 하나는 MIT 건축.도시계획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윌리엄 미첼의 '비트의 도시' (김영사.이희재 옮김.8천9백원) 다.

길스터는 인터넷의 하이퍼텍스트.하이퍼링크.하이퍼미디어 개념해석과 아울러 인터넷이라는 이름의 배에 동승하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

여기서 하이퍼텍스트는 정보를 컴퓨터 모니터에 구현하기 위해 개발된 언어로서 디지털정보를 연결하는 핵심기능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하이퍼' 가 인터넷 정보 연결기능으로 사용된 것이 하이퍼링크, 그 기능을 수행하는 새 매체는 하이퍼미디어다.

저자가 '구텐베르크 만가 (輓歌)' , 즉 종이.인쇄문화의 종언을 논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미 일리노이주 소재 베네딕트대에서 시작된 '구텐베르크 프로젝트' (도서관 보유장서의 디지털화)가 그 단초. 여기다가 '온라인 북' 이 구체화하면 종이 책은 소멸하고 가상의 책방과 도서관만 자리를 잡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첼 교수는 자신의 이름을 부인하는 것으로 얘기를 시작한다. "내 새로운 이름은 'wjm@mit.edu' .전자세계의 한량으로 인터넷에서 죽치고 산다. 키보드는 나의 카페다. " 그러면서 그는 기존의 공간.육체적 접촉.집중의 개념을 인터넷 문명의 반 (反) 공간.비육체적 연결.분산의 개념으로 뒤집어 설명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네트워크는 도시와 건축의 새로운 신경세포. 가령 "사무실은 일 (워크) 을 하기 위한 공간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실현하는 공간" 이라는 식이다.

저자는 미국의 서부 개척정신이 전자프론티어로 대체되고 있는 관점에서 '비트 경제학' 을 내세운다. 이는 기존의 유형자산.공간이동.화폐가 지적자산.정보처리.전자화폐로 바뀌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미첼의 지적처럼 21세기의 수도는 '비트의 도시' 일 게 분명하다. 하지만 길스터의 말대로 그곳은 여전히 협잡꾼으로 가득한 미완성의 도시일지 모를 일이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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