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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딱지' 황금알서 애물단지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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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97년 서울 미아동 재개발지구내 대지면적 15평이 달린 낡은 단독주택을 1억원에 샀던 이장식 (45.서울 논현동) 씨는 요즘 밤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다.

당시 조합원용 아파트 32평형을 분양받을 요량으로 매입했던 그 집은 최근 조합원 지분에 대한 재산가치 산정과정에서 5천만원으로 평가돼 원하는 평형에 입주하려면 1억1천만원을 더 내야 하기 때문이다.

당초 헌집을 사고 추가로 2천만~3천만원만 내면 32평형의 새 아파트를 장만할 줄 알았던 李씨는 일반 분양분 아파트 (분양가 1억7천만원) 보다 되레 4천만원을 더 줘야 할 판이다.

IMF체제이후 주택 재개발지역의 투자 메리트가 크게 떨어져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사업성 악화로 조합원들의 권리가액 (비례율) 은 낮아지고 추가 부담금은 되레 자꾸 많아져 손해보는 조합원이 무지기수다.

특히 서울시가 북한산 주변 등 자연환경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지역의 재개발 건축기준을 대폭 강화, 채산성은 더욱 떨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사업도중 조합원 지분을 매입한 경우 대부분 손해가 불가피해지면서 한때 돈버는 상품으로 꼽혔던 재개발 대상 헌집은 애물단지로 변해버렸다.

이런 와중에 공사비를 둘러싼 분쟁과 추가 부담금 미납 등에 따른 사업지연으로 투자자들의 손실은 더욱 커지는 실정이다.

◇ 조합원 지분시세 = 전반적인 땅값 하락으로 조합원들의 재산가치가 크게 떨어졌다.

서울 미아.정릉동 일대의 경우 IMF체제전 평당 4백만원하던 택지가 2백50만~3백만원선으로 떨어져 당시 프리미엄까지 주고 조합원 지분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그만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국.공유지도 마찬가지. 90년 중반까지만 해도 시세의 20~40%선이던 불하가격이 감정가 수준으로 올라 부담이 많아졌다. 하지만 3월1일부터 대금납부조건이 완화돼 사업시행인가 전 매입한 땅의 경우 10년에서 15년으로, 시행인가후 매입분은 5년에서 10년으로 각각 상환일정이 늘어나 다소 숨통이 트였다.

◇ 시공사와 분쟁 = 분쟁의 가장 큰 요인은 공사계약 내용. 재개발지구는 물가.공사여건 등에 따라 공사비가 조정되는 도급제 계약이 일반화돼 있다. 하지만 도급제 방식도 세부 내용에 대한 계약조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예컨대 요즘같은 불경기에 상가분양을 시공사가 책임지도록 돼 있는 경우 조합측은 매우 유리하다. 서울 답십리의 한 재개발조합은 시공사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어 조합원 추가부담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당초 공사비 책정을 둘러싼 분쟁도 만만치 않다. 미아동의 한 지구는 일부 조합원들이 대지 조성비에 포함돼 있는 암반공사비를 별도로 추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투자 가이드 = 지분율이 1백%이상이라고 호도하는 곳은 기피해야 할 대상. 게다가 국.공유지 몇평을 매입하면 몇 평형대 아파트에 무상입주가 가능하다는 부동산중개업소들의 이야기도 믿어서는 안된다.

재개발지구는 조합원의 지분가치 평가 기준인 비례율이 하락하는 반면 분양가는 계속 올라 투자성이 많이 떨어졌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비례율이 1백%가 넘어 큰 추가부담없이 대형 평수를 분양받을 수 있었으나 이제는 공사비 상승 등으로 대부분 70~80%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1억원짜리 재산이 7천만~8천만원밖에 인정되지 않아 앉아서 원재산을 까먹게 되는 반면 아파트 분양가는 크게 올라 상대적으로 추가부담이 많아지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조합원에 적용하는 분양가는 일반 분양분 보다 다소 낮게 책정하는 일이 많지만 별 이득은 없다.

사업 청산과정에서 생각지 못한 돈을 내야 하는 상황도 곧잘 벌어진다. 공사비 상승분과 공사지연 등에 따른 금융비용을 조합원들이 다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개발지구는 변수가 많아 비례율.택지의 감정가 등을 면밀히 따져본후 투자해야 한다" 면서 "부동산중개업소 말만 믿고 투자했다간 손해만 잔뜩 보게된다" 고 경고했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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