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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들 박물관 건립 경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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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박물관을 세우겠다고 너도나도 덤비고 있다.

문화기초시설을 늘린다는 취지는 좋지만 건립뿐 아니라 운영에도 엄청난 돈이 드는 점을 충분히 고려치 않은 경우가 많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목포시는 용해동의 갓바위지구에 자연사박물관을 부지 6천5백여평, 연건축면적 1천8백여평 크기로 2001년10월께 개관할 목표로 10월 착공키로 했다.

이 박물관은 시립 (市立) 시설인데도 지금까지 확보된 사업비 62억원 가운데 시가 스스로 마련한 것은 6억원 뿐이고 나머지 56억원은 국고보조금이다.

게다가 자문위원들마저 자연사와 관련된 전시품을 수집하는데 엄청난 자금이 들고 지역 특성도 살리기 어렵다며 문제를 제기하는 등 박물관의 성격조차 논란이 되고 있다.

순천시는 도사동 오천공원에 1백억원을 들여 부지 1만평, 연건축면적 1천평의 민속박물관을 2002년까지 짓기로 했지만 처음부터 벽에 부딪쳤다.

문화관광부에 50억원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으나 '박물관을 짓겠다고 손을 내미는 지자체가 너무 많아 10억원 밖에 지원해줄 수 없다' 는 소리를 들은 것. 나주시도 고분들이 많은 나주시반남면에 73억원을 들여 3백여평의 유물전시관등을 갖춘 총11만평 크기의 역사공원을 만든다는 계획을 최근 세웠다.

문화관광부가 2008년 목표로 추진키 위해 신청받고 있는 역사공원조성계획에 포함되면 몰라도 그렇지 못할 경우 장미빛 청사진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

충남 서천군은 사설박물관 건립을 추진해 온 옹기수집가 金모 (58) 씨가 부지확보및 재원조달 문제로 어려움을 겪자 군과 공동으로 한산모시박물관 부지에 연건평 2백80평 규모의 한국옹기박물관을 건립키로 확정, 최근 군을 방문한 심대평 (沈大平) 지사에게 예산 (국비.도비)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내년말 개관하겠다는 군의 계획에도 불구, 총 소요사업비 19억5천만원중 현재까지 확보된 예산은 한푼도 없다.

아산시 (외암민속박물관).논산시 (민속박물관).예산군 (윤봉길의사생가내 민속박물관) 등도 각각 10억~20억원이 소요되는 박물관 건립을 추진중이나 자체적으로 확보한 예산은 거의 없이 충남도나 정부에 우선 예산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해석.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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