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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분쟁 막내리나…인도총리 20일 파키스탄 방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가 20일 10년만에 처음으로 파키스탄을 방문한다.

이를 계기로 양국의 50여년 적대관계가 개선될 조짐이다.

바지파이 총리는 이날 인도.파키스탄간 첫 정기버스편으로 파키스탄에 도착, 국경도시 라호르에서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의 만남은 이번이 세번째지만 인도 총리가 직접 파키스탄 땅을 밟은 것은 지난 89년 라지브 간디 이후 처음이다.

특히 바지파이가 국경지점에서 헬리콥터에 옮겨 탈 때까지 시승할 뉴델리~라호르간 정기버스는 지난달 8일 52년만에 처음 시범운행된 것이다.

지난해 5월 경쟁적 핵실험으로 극으로 치닫던 양국관계는 최근 국경버스 개통과 스포츠 외교를 통해 화해 분위기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양국간 버스운행 계획은 바지파이와 샤리프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회담할 당시 제안됐다.

인도 버스의 라호르 방문에 이어 지난달 14일엔 파키스탄 정부관리 19명을 태운 버스가 인도 수도 뉴델리에 도착, 시민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양국의 국민스포츠 크리켓도 한몫 했다.

지난달 28일 인도 마드라스에 파키스탄 크리켓팀이 12년 만에 처음 방문경기를 펼쳤다.

원래 21일 뉴델리에서 열릴 예정이었다가 힌두교 극단주의자들의 난동으로 장소.시기가 바뀌기는 했지만 바지파이 총리의 강력한 지원 속에 무사히 끝났다.

이번에 양국 정상이 논할 주요 의제는 카슈미르 지역과 핵문제. 특히 파키스탄 외무부 소식통은 "이번 회담은 카슈미르 문제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 이라고 밝혔다.

카슈미르는 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영연방에서 분리 독립할 당시 인도에 귀속된 뒤 양국이 세차례나 전쟁을 벌이게 한 가장 대표적 분쟁지역. 파키스탄은 주민 대다수가 이슬람교도인 이 땅이 힌두교도가 다수인 인도에 편입된 것을 못마땅해하고 있으며 인도 역시 이 지역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핵문제 역시 80년대부터 양국이 벌인 끝없는 군비경쟁과 관련있다.

지난해엔 경쟁적으로 핵실험을 강행, 미국의 경제적 제재 등 국제적 비난까지 몰고왔었다.

이런 현안들이 논의된다는 점에서 인도 외무장관은 총리의 파키스탄 방문을 "지난 71년 전쟁 후 열린 정상회담에 견줄 만한 역사적 사건" 이라고 평한다.

물론 양국 관계자 어느 누구도 짧은 주말회담 일정 속에 획기적인 결과가 나오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일부 지역전문가들은 지난해 핵실험 경쟁 이후 가중되는 국제적 압력에 대한 홍보용에 지나지 않는다고까지 말한다.

하지만 국내 사정 때문에도 양국 정상이 관계개선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19일자에서 바지파이 총리가 이끄는 인민당 (BJP) 의 힌두민족연립정권은 파키스탄과의 관계회복 등 대외정책의 성공을 통해 국내에서의 인기회복을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샤리프 역시 파키스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정부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지만 지난해 미국의 경제제재로 타격이 큰 상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인도 총리를 초청한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 양국간 관계개선이 절실했다는 것이다.

이번 인도 총리의 파키스탄 방문엔 또다른 난관도 있다.

파키스탄의 이슬람교 무장단체인 하르카툴 무자헤딘은 바지파이 총리가 인도에 발을 들여놓을 경우 '선물' 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적 발걸음은 이미 내디뎌졌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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