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 인터페이스의 진화 … 한국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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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국 하버드대를 중퇴한 청년 빌 게이츠가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할 당시 본사는 지금의 미 워싱턴주 시애틀이 아니었다. 그의 고향인 시애틀에서 비행기로 4시간 이상 떨어진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였다. 이곳에서 미 공군 연구원들이 조잡한 구형 라디오 모양의 컴퓨터 ‘알테어 8800(ALTAIR 8800)’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게이츠는 이 컴퓨터에 시스템 운영체제(OS)인 ‘베이직(BASIC)’을 공급함으로써 세계 첫 개인용 컴퓨터(PC)를 탄생시키게 된다.

알테어와 인간의 의사소통은 매우 단순한 방법으로 이뤄졌다. 컴퓨터 사용자는 종이 테이프에 일일이 구멍을 뚫는 천공카드 방식으로 명령어를 전달해야 했다. 키보드 타이핑이나 마우스 클릭으로 전달하는 요즘에 비하면 지극히 원시적인 방법이었다. 77년 키보드와 모니터를 갖춘 PC가 등장하면서 컴퓨터는 소수 전문가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 84년 애플이 마우스로 아이콘을 클릭하는 방식의 매킨토시를 출시하면서 PC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예고했다. ‘윈도95’가 보급된 95년을 기점으로 PC는 사실상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대 들어서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눌러 조작하는 태블릿PC가 등장해 새로운 진화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PC의 발달사는 이처럼 인터페이스(interface)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한다. 소프트웨어·하드웨어의 연결장치라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의 진화는 다시 PC 시장의 확대로 이어졌다. 일례로 다음 달 22일 출시될 ‘윈도7’을 보자. ‘멀티터치’라는 새 기능으로 PC의 잠재력을 한층 키울 것으로 기대된다. 마우스가 한 점만을 인식해 사용자 명령을 하나씩 컴퓨터에 입력한다면, 윈도7의 멀티터치 기능은 터치 스크린을 통해 최대 57건의 명령을 동시에 입력할 수 있다. 열 손가락을 다 써서 자유자재로 컴퓨터와 대화하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분야의 세계 최강인 한국에 인터페이스의 진화는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제공한다. 멀티터치 기능을 활용한 게임이나 서비스가 발전할수록 메모리와 디스플레이 시장은 덩달아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컴퓨터 인터페이스의 진화를 주목해야 하는 연유다.

김 제임스 우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이사 jameskim@micro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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