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다윗의 도시와 …'를 보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문화사적으로 볼 때, 예루살렘은 서구문명의 큰 줄기 중의 하나인 헤브라이즘의 중심지다. 중세시대 만들어진 세계지도는 예루살렘을 지구의 중심에 배치하였고, 지금도 예루살렘의 성묘교회 안에는 지구의 중심을 가리키는 표지가 남아있다.

예루살렘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것은 기원전 1천년 경, 다윗왕이 이 곳을 이스라엘 왕국의 수도로 정하면서부터다. 다윗왕의 정도 (定都) 이후, 예루살렘은 '다윗의 도성' 으로 불리게 되었고, 영욕이 교차하는 파란만장한 역사의 중심무대가 되었다. 최근 '다윗의 도성' 이 지구의 절반을 돌아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다는 것은 큰 뉴스가 아닐 수 없다.

'다윗의 도시와 성서의 세계' (3월28일까지 예술의전당)가 서울에서 전시되고 있다. 기독교인이건, 아니건,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과 흥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일이다.

19세기 후반부터 예루살렘은 고고학자들의 끊임없는 연구의 대상이 되어 왔다. 특히 히브리대학의 이갈 실로 교수는 대규모 발굴 (1978~1985) 로 예루살렘 연구에 획기적인 공헌을 하였다. 금번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다윗의 도시' 전시회에는 실로 교수가 발굴한 유물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전문가들에게도 큰 관심을 끈다.

실로 교수가 '악히엘의 집' 을 발굴한 것은 큰 업적으로 평가된다. 주전 7세기 말 유다왕국 시대에 속하는 이 집에서 '악히엘' 이라는 이름이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흥미있는 것은 그 집에서 돌로 깎아 만든 좌변기도 발굴되어 구약시대 예루살렘 주민들의 생활양식의 단면을 보여준다.

전시물 중에는 관심을 끌기에는 너무도 소박한 것도 있다. 직경이 1㎝ 남짓한 점토에 새겨진 인장들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작은 진흙덩이로 보이는 이 점토인 (印) 들은 확대경으로 비춰보면 놀라운 이름들이 드러난다.

'그마랴' '아사랴' 등이다.이들은 구약 예레미야서에 등장하는 왕실고관과 제사장 이름들이다. 구약성경의 인물들이 시공을 넘어서 우리 앞에 다가오는 듯한 감격을 준다.

금번 전시회는 '다윗의 도성' 에서 발굴된 것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주변지역에서 발굴된 다양한 유물들도 보여주고 있어 교육적 효과를 높여준다. 또한 사해사본의 복사본도 전시되어 흥미를 더해준다. 복사본이라 유감이지만, 예루살렘 박물관에도 복사본이 전시되어 있다. 성경의 최고 (最古) 사본이 되는 사해사본의 안전을 염려해서다.

이번 유물전은 영원한 도성 예루살렘과 이스라엘 주변지역의 생생한 역사적 맥박과 문화적 체취를 경험할 수 있는 고고학적 향연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유익한 문화적 잔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박준서 (신학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