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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인술인생 '한국의 슈바이처' 유승재 원장 타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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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평생을 가난한 환자 치료에 봉사해 온 치과의사가 무료진료를 위해 차가운 새벽바람을 맞으며 길을 나서다 쓰러져 타계했다.

안타까운 죽음의 주인공은 유승재 (兪勝在.60) 동민치과 원장. 지난달 30일 오전 6시 서울강동구고덕동 서울시립양로원의 노인들을 찾아가다 서울서초구양재동 자신의 병원 앞에서 쓰러져 서울중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나 4일 오후 1시 끝내 숨을 거뒀다.

兪원장을 치료한 의사는 과로에 의한 악성 빈혈이 사망원인이라고 전했다.

兪원장은 지난 71년 개업 직후부터 동대문구.중랑구 일대 판자촌을 돌며 가난한 주민들의 치아를 돌봐오다 80년부터는 경기도성남시 빈민촌에 주말마다 왕진가방을 들고 찾아다녔다.

86년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자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는 것으로 봉사의 방향을 바꿔 시립양로원을 돌며 노인들의 치료에 나섰다.

그동안 그의 무료 치료를 받은 사람은 3만여명. 지난해에만 1천4백명의 노인에게 틀니 수리, 풍치치료 등 인술을 베풀었다.

이 때문에 兪원장은 전셋집을 전전하다 지난해 9월 처음으로 서울강남구도곡동에 30평짜리 아파트를 겨우 마련했다.

兪원장을 10년동안 지켜본 유종옥 (劉鍾玉.40) 간호사는 "당신 위해 옷한벌

사는 것을 보지 못했으며 3천원짜리 이상의 식사를 하는 법도 없었다" 고 말했다.

兪원장은 지난 93년 소설가 윤흥길 (尹興吉) 씨가 한 젊은 치과의사의 봉사하는 삶을 그린 장편소설 '옛날의 금잔디' 의 실제 모델. 77년 대통령표창, 89년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는 등 지금까지 20여차례의 상을 받았다.

兪원장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된 것은 71년 내과의사로 평생을 이웃에 봉사하다 숨진 아버지 유병천 (兪炳天) 씨의 '노인과 이웃을 사랑하라' 는 유지를 따랐기 때문. 兪원장의 큰 아들 정훈 (政勳.25.서울대치대 본과 3년) 씨도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노인들을 돌보는 등 3대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兪원장은 6일 경기도 파주시 일산공원 묘지에 잠든다.

02 - 476 - 6099.

이상언.우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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