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 D-1 막판 세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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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 총선을 이틀 앞둔 28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가 에히메(愛媛)현 마쓰야마(松山)시 유세에 나섰다. 마이크를 든 하토야마는 “이제 여러분의 손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달라”며 호소했다. 하토야마 등 민주당 간부들은 선거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자민당 거물급 인사들이 출마한 지역과 접전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지원유세를 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郎) 총리는 이날 오이타(大分)·사가(佐賀)현 등 전통적인 자민당 우세지역을 돌며 표밭을 다졌다.

소선거구에서 300명, 비례대표로 180명의 중의원 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은 30일 오전 7시~오후 8시 전국 5만978개 투표소에서 실시된다. 개표는 이튿날 새벽 4시에 끝나지만, 투표가 끝난 후 출구조사 등을 통해 민주당의 승리 여부에 대한 윤곽은 나올 전망이다.

◆민주당 총선 승리 극대화 노려=하토야마는 이날 에히메에 이어 후쿠오카(福岡)·나가사키(長崎)를 잇따라 방문했다. 이들 지역은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전 관방장관과 고가 마코토(古賀誠) 자민당 선거대책본부장 대리,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전 방위상 등 자민당 거물들이 출마한 지역이다.

민주당이 이들을 낙선시키기 위해 ‘미녀 자객’을 내세운 지역이기도 하다. 민주당은 자민당의 대표 얼굴들을 낙선시켜 총선 승리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29일에는 오사카(大阪)와 도쿄 이케부쿠로(池袋)에서 각각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기타가와 가즈오(北側一雄) 간사장, 자민당의 고이케 유리코 전 방위상을 공격한다는 계획이다. 27일엔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의 텃밭인 이시카와(石川)2구도 찾았다.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대표대행도 선거 공시 후 처음으로 28일 지원 유세에 나서면서 자민당의 고가 선거대책본부장 대리와 모리 전 총리 지역을 택했다.

민주당이 당초 “거물급 인사를 상대로 선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투입했던 자객들은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규마 전 방위상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전 총리, 모리 전 총리 등은 당선 가능성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다.

현재 자민당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우세 지역은 300개 소선거구 중 18곳에 불과하다. 아사히(朝日)와 요미우리(讀賣)신문 등 언론사들은 여론조사를 통해 전체 480석 가운데 민주당이 약 320석, 자민당이 100석 안팎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자와 상왕 되나=총선 후 민주당 내 권력구도가 벌써부터 정계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당이 300석 이상 차지할 경우 중의원과 참의원을 합한 오자와 대표대행의 친위세력은 120명 안팎이 될 전망이다. 과거 자민당의 최대 계파로 일본 정계를 좌지우지했던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전성기 시절 수준이다. 반대로 하토야마 그룹은 60여 명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계파 세력에 의해 움직이는 일본 정치의 특성상 오자와 대표대행의 입김이 막강해질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민주당 내에선 벌써부터 “오자와 대행이 선거 후 간사장을 맡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진두지휘해야 한다” “입각해서 부총리를 해야 한다”는 등 예우 문제가 나오고 있다. 오자와 그룹은 세 갈래로 나뉜다. 전통적 지지계열인 일신회 멤버 50여 명, 오자와가 이번에 전략 공천한 50여 명, 오자와가 추천한 비례대표 후보 20여 명이다.

도쿄=박소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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