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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농구단' 출신 TV 카메라 기자 3인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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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 농구선수에서 카메라기자로 변신한 오영춘.유동혁.전경배씨(왼쪽부터). 임현동 기자

120여평 코트 대신 세상이 무대다. 공의 움직임을 좇던 눈으로 감동의 현장을 찾는다.

농구선수 출신 SBS 카메라기자 삼총사, 서른다섯 동갑내기인 유동혁.전경배.오영춘씨는 SBS농구단에서 활동하다 은퇴 후 나란히 카메라기자로 변신했다. 10㎏짜리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사건.사고 현장을 찾아 뛰기 시작한 지 각각 5~9년째다.

이들은 "큰 키와 20년 가까이 다져온 근력 덕에 몸싸움이 치열한 취재 경쟁에 유리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씨는 올해 초 특검 취재를 하면서 '엘리베이터보다 빠른 발'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검에 소환돼온 안희정씨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 조사실로 향하자 전씨는 재빨리 계단으로 뛰어올라갔다. 먼저 5층에 도착한 전씨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안씨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았다.

오씨는 "돌멩이가 날아다니는 시위현장에서 몸과 카메라를 지키며 생생한 장면을 잡아내는 과정은 사실 농구할 때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체력과 순발력이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농구경기를 찍을 때 이들의 진가는 더욱 빛난다. 유씨는 "패스나 어시스트가 어디로 갈지 아니까 미리 카메라를 돌려놓고 기다렸다가 찍는다"고 말했다. "농구경기 화면만큼은 우리 회사가 최고"라며 자부심도 대단하다.

이제 "동료 기자들조차 우리가 원래 농구선수였던 사실을 잊은 듯하다"고 말할 정도로 전업(轉業)에 성공한 이들이지만 선수 생활을 마칠 때의 막막함은 상당했다.

"운동 말고 뭘 할 수 있을까 눈앞이 깜깜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만 했거든요. 우리나라에선 운동선수가 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잖아요."

특히 은퇴 당시 기혼이었던 오씨는 "가장이라는 부담 때문에 더 겁이 났다"고 말한다.

이들은 모두 방송아카데미에서 3~6개월 동안 카메라 기술을 배운 뒤 취재 현장에 뛰어들었다. "'운동하는 놈들이 그렇지 뭐'라는 소리는 안 듣게 하자"는 오기로 분쟁지역 취재 등 궂은 일을 자처하기도 했다. 유씨는 "운동하면서 선.후배 간 위계질서 문화에 익숙해 있어 조직생활에도 잘 적응하는 편"이라며 웃는다.

전씨는 이번 올림픽에서는 아테네 현지에서 경기장 안팎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예정이다. "골을 넣고 팬들의 환호성을 들었을 때 느꼈던 카타르시스를 이제 시청자의 감동을 자아낼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느끼겠다"는 각오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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