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이모저모]벌써 맥빠진 청문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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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경제청문회 증인신문 사흘째인 27일은 이른바 '환란 (換亂) 3인방' (강경식.김인호.이경식) 이 모두 출석했음에도 이미 한차례씩 증언해 진술이 대부분 '재탕 삼탕' 인데다 새로운 쟁점이 등장하지 않아 상당부분 맥빠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같은 분위기는 핵심 증인인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불출석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점점 증폭되는 느낌. 일부 의원을 제외하곤 金전대통령에 대한 공격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전날 목감기를 이유로 예정보다 일찍 돌아갔던 강경식 전 부총리는 이날 목소리를 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의 쉰 목소리로 증언에 임했다.

姜전부총리는 전날의 입장을 지루하게 반복했다.

다만 김민석 (金民錫.국민회의) 의원이 97년 3월 당시 '국가부도위기' 를 언급한 비망록을 거론하자 姜전부총리는 다소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분위기가 姜전부총리에게 밀리고 있다는 여론을 의식한 듯 金의원은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몰아붙였다.

姜씨는 이에 대해 "결과만 갖고 얘기할 수 없다" 고 반박했다.

정우택 (鄭宇澤.자민련) 의원도 "74년 당시 1차 석유파동 당시는 관료들이 효과적으로 대처해 위기를 넘겼으나 97년은 위기작동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했다" 고 비판했다.

姜전부총리는 "내가 실무책임자로 있었던 79년 석유파동 당시는 즉각 금리를 내리고, 변동환율제를 채택함으로써 해외신인도를 올려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며 "97년은 결정이 실천으로 옮겨지는데 문제가 있었다" 며 정치권 등 외부로 책임을 떠넘겼다.

이경식 전 한은총재도 "당시 갑작스런 부총리 교체로 IMF행에 차질이 빚어질까봐 윤진식 전비서관에게 전화해 당시 김영섭 경제수석에게 빨리 브리핑하라고 재촉하는 등 동분서주했다" 며 회고.

○…이번 청문회는 과거 5공청문회 등에 비해 '스타의원' 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 오히려 일부 의원의 발언은 긴박감과 초점을 떨어뜨렸다.

김영환 (金榮煥.국민회의) 의원은 실체규명과는 거리가 먼 장시간 정견발표를 하는가 하면, 이건개 (李健介) 의원은 질의 때마다 YS를 공격하기 위해 의제와 관계없는 '실명제' '대통령 독대' 등을 오랫동안 거론했다.

국민회의 의원들의 '임창열 감싸기' 는 이날도 계속됐다.

○…특위의원들도 '체력' 을 이유로 이날부터 신문시간을 1인당 60분에서 40분으로 대폭 단축했다.

또 당초 예정된 참고인 8명에 대한 신문도 부랴부랴 취소됐다.

장재식 (張在植.국민회의) 위원장은 이에 대해 "1주일전 통고 규정 때문에 혹시 필요할지 몰라 참고인을 많이 잡아놓았다" 며 "앞으로는 주요 증인에게 신문을 집중하겠다" 고 설명. 당초 이날 '사직동 팀' 의 증언 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김상우 전 금감원 6국장의 증언은 다음달 9일로 연기됐다.

한편 지금까지 신문 도중 적극 나서 의원들을 엄호사격했던 張위원장은 '회의진행을 끊는다' 는 일부 지적에 이날부터 일절 불개입을 선언. 張위원장은 "내딴엔 의원들이 밀릴 때 도와주려고 끼어든 건데 원치 않는다면 안하겠다" 며 섭섭한 표정.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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