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은행밥·호박죽에 배 한 입 디저트 천식 달아나는 음식보약

중앙일보

입력

의사들에게 “어떤 음식이 건강에 좋은가” 하고 물으면 “골고루 다 잘 먹어야 한다”는 다소 평범한 대답이 돌아온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음식마다 오장육부의 특정 기관을 보하는 기능이 각각 다르다는 점 역시 알아둬야 한다. 피부는 물론 기관지의 건강까지 책임지는 중요한 기관인 폐. 폐를 건강하게 만드는 음식을 소개한다.

관련사진

photo

쌕쌕 거리며 숨이 차고 기침과 가래가 심한 천식 환자는 속이 편안하면서도 기침과 가래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을 주는 식단 위주로 밥상을 차려야 한다. 또한 목넘김이 불편하므로 부드러우면서도 병과 잘 싸울 수 있도록 원기를 채워줄 만한 속 든든한 영양식이 좋다.

하루 물 2ℓ에 율무와 연근+배즙 먹으면 니코틴 해독 효과 #건강칼럼 - 서효석 서초편강한의원 원장

천식 환자는 매일 따뜻한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그렇게 하면 가래를 묽게 해 배출이 쉬워진다. 과식이나 늦은 저녁시간의 식사는 발작의 원인이 되므로 적당량을 먹는다. 간이나 녹황색 채소에 풍부한 비타민A는 폐를 보호하고 점막을 활성화하며 면역력을 증강시킨다.

야채와 과일에 많은 비타민C는 면역계를 튼튼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잣과 호두에 풍부한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E는 기관지와 폐를 보호한다. 너무 맵거나 차거나 뜨거운 음식은 몸을 자극하므로 피하고, 지방질이 많은 음식 대신 담백한 음식을 먹는다.

폐를 맑게 하는 도라지튀김

한방에서는 도라지를 ‘길경’이라 하여 약재로 사용한다. 도라지는 폐를 맑게 하고,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며, 찬 기운을 풀어주어 기침을 멈추고 가래를 없앤다. 도라지를 물에 달여 수시로 마셔도 좋지만, 천식을 다스리는 도라지의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도록 도라지튀김을 만들어 보자.

도라지채를 소금에 문질러 씻고 물기를 뺀 후 당근·피망·파프리카 등을 가늘게 채썰고 튀김옷을 입혀 함께 튀기면 된다. 한방에서는 은행을 ‘백과’라고 부르며 기침과 가래를 멈추게 하는 약재로 사용한다. 은행에는 탄수화물·카로틴·비타민C 등이 들어 있지만 청산배당체라는 독성도 있어 많이 먹으면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은행 특유의 고약한 냄새와 독성 때문에 반드시 굽거나 익혀 먹어야 한다. 하루에 10알 정도 먹으면 기침과 가래를 삭이고 식욕을 돋우는 데도 그만이다. 은행을 넣어 밥을 지으려면 먼저 쌀을 씻어 불리고 은행을 살짝 볶아 껍질을 벗긴다. 호두와 잣은 손질하고 새송이버섯은 썰고, 팽이버섯은 밑동을 자른다.

솥에 불린 쌀을 담고 호두와 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밥물이 끓어오르면 불을 줄이고 은행·잣·버섯을 넣고 중간 불에서 은근히 끓인 뒤 뜸을 들인다. 예부터 배는 폐를 보호하고 열과 기침을 다스린다고 했다. 기관지·천식·기침감기 등에 효과가 탁월하다. 또한 몸에 해로운 독소를 밖으로 배출하는 역할도 한다.

목이 쉬었거나 열이 날 때 먹으면 증상을 완화한다. 최고의 알칼리성 식품으로 통하는 배에는 탄수화물·과당·유기산·비타민B·섬유소·지방 등이 들어 있다. 호박은 성질이 달고 따뜻하며 몸 속의 기운을 보하고 염증과 통증을 완화할 뿐 아니라 해독작용을 한다. 천식과 기관지염·부종·당뇨병을 다스리는 데 많이 쓰인다.

천식이 심하면 기침과 가래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고, 소화시키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소화가 잘되고 위에 부담을 주지 않는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호박에는 비타민A·비타민B·비타민C가 들어 있으며 병후 회복에 특히 좋다. 호박을 무르게 푹 삶아 죽을 만들어 먹으면 부드럽게 잘 넘어가고 소화가 잘되어 천식 환자에게 최고의 영양식이다.

비타민C가 풍부한 무는 감기 증세를 완화하고 점막의 병을 치유하는 작용을 한다. 즙을 내 먹으면 기침이 멈추고 열을 내리며 독소를 없앤다. 무에는 디아스타제 같은 전분 소화효소와 단백질 분해효소가 있어 소화를 돕는다. 특히 니코틴을 중화하는 해독작용을 하므로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이 먹으면 좋다.

관련사진

photo

또한 오장육부에 이로우며 속을 따뜻하게 하고 설사를 다스린다. 무를 깨끗이 씻어 껍질째 갈아 즙으로 마셔도 되고, 삶아 그 물을 마셔도 좋다.

유리병에 얇게 썰어 저민 무를 넣고 꿀을 부어 하룻밤 정도 서늘한 곳에 두면 맑은 즙이 우러나온다. 오랫동안 흡연을 했다면 그동안 쌓인 갖가지 유해물질과 독소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담배 성분 중 니코틴과 타르는 몸 속에 오래 남게 마련이므로 비타민C와 비타민E가 함유된 야채와 해산물을 충분히 섭취해 독소를 빼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은 세포와 조직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영양분을 공급하고 노폐물을 배설한다.

물은 몸 속에 쌓인 니코틴을 녹여 배출하므로 하루에 2ℓ 이상 마시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한국인의 하루 물 섭취량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980㎖를 마시고 여성은 740㎖를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양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따라서 수시로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담배를 즐기는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담배부터 찾는데, 이때 담배를 무는 대신 물을 한잔 마시면 흡연 욕구가 다소 누그러진다. 또한 담배를 많이 피우면 니코틴이 위장 속으로 침투하는데, 물을 많이 마시면 위를 보호할 수도 있다. 물을 마실 때는 속까지 시원해지는 차가운 물보다 미지근한 물이 몸에 좋고, 벌컥벌컥 마시면 위에 부담을 주므로 음미하듯 조금씩 마시는 것이 건강에 좋다.

율무는 가래를 없애 폐를 맑게 하고 위와 간의 기능을 도와준다. 또한 이뇨작용을 하여 니코틴 배출을 돕는다. 진통·강장작용을 하고, 부종·신경통·류머티즘 등의 약재로도 쓰인다. 단백질·비타민B·칼슘·철분 등이 풍부하고 다른 곡물에 비해 신진대사가 원활하다.

평소 율무를 많이 먹으면 흡연자가 많이 걸리는 폐결핵을 예방하고, 진하게 달여 마시면 치료 효과도 있다. 현미· 보리와 함께 섞어 밥을 지어 먹어도 좋고, 볶아 가루로 만들어 물이나 우유에 타 먹으면 식사 대신이나 간식으로 든든하다. 폐를 건강하게 하고 감기의 치료를 돕는 연근은 몸에 쌓인 노폐물을 배출하므로 흡연자에게 좋은 식품이다.

주성분은 녹말이지만 뿌리채소로는 드물게 비타민C가 풍부하다. 더구나 연근 속의 비타민C를 녹말이 보호해 쉽게 파괴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연근에는 뮤신이라는 성분이 있어 독소물질을 해독하는 역할을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위벽을 보호하기도 한다.

연근을 갈아 배즙과 섞어 마시면 약효가 2배가 된다. 연근즙에 뜨거운 물을 붓고 꿀을 넣어 마셔도 된다. 연근을 껍질째 말려 얇게 썬 다음 물엿과 함께 달여 하루 세 번 먹으면 심한 기침도 가라앉는다. 연근을 깨끗이 씻어 껍질째 갈아 마시는 연근주스는 초기감기를 다스리고 목의 통증에 효과적이다.

연근을 요리할 때는 껍질을 벗긴 다음 소금이나 식초를 넣은 물에 담가 떫은맛을 제거한 후 삶거나 튀긴다. 비타민C는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으므로 음식물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그런데 담배 한 개비를 피우면 25g의 비타민C가 파괴되므로 흡연자에게 비타민C의 중요성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다.

비타민C는 감기를 예방하고 면역력을 키워주며 항암작용까지 하므로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부족할 경우 노폐물의 배설이 원활하지 않고 뇌의 활동도 저하된다.

부족해진 비타민C를 채워주는 브로콜리

브로콜리는 비타민C가 풍부한 대표적 식품이다. 레몬에 비해 2배나 많고 감자보다 7배나 풍부하다. 빈혈을 예방하는 철분의 함유량도 다른 야채보다 2배나 많다. 브로콜리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 속 노폐물을 배출하는 효과도 뛰어날 뿐 아니라 활성산소를 억제해 노화를 예방한다.

브로콜리를 조리할 때는 살짝 데치거나 쪄먹어야 영양소 파괴가 적다. 기름에 볶으면 비타민A의 흡수율이 높아지고 참기름에 볶으면 비타민C와 비타민E의 흡수를 2배로 높여준다. 살짝 데치거나 찐 브로콜리는 초고추장에 찍어먹거나 샐러드를 만드는 등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다.

복숭아는 ‘도자’라고도 한다. 맛은 달고 시며, 성질은 따뜻하다. 한방에서는 복숭아씨를 ‘도인’이라 하여 약재로 쓴다. 주성분은 수분과 당분이고, 유기산·비타민A·알데히드류·펙틴 등이 들어 있다. 알칼리성 식품으로, 면역력을 키워주고 식욕을 돋운다. 껍질은 해독작용을 하고 유기산은 몸 속에 남아 있는 니코틴을 없애주며 독성을 빼준다.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의 생성을 억제해 항암효과도 있다. 피를 맑게 하고 위장 기능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대소변이 원활하지 않을 때는 복숭아 껍질이나 잎을 삶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복숭아는 날로 먹거나 물과 설탕을 넣고 졸여 조림을 만들어 먹는다.

서효석 (서초편강한의원 원장)

1972년 경희대 한의학과 졸업
1989년 동대문구 백제당한의원 개원
1991년 서울시동대문구한의사회 회장 역임
1992년 대한한의사협회 약재감별위원장 역임
1993년 한약분쟁 당시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 역임
1998년 군포남천한방병원장 역임
2001년 군포경희한의원 원장 역임
2003년 안산편강한의원
평화TV ‘서효석의 한방 이야기’, 매일경제TV ‘줌 인 메디컬’, ‘서효석의 호흡 클리닉’ 9개월간 진행. 저서 <아토피에서 난치병까지><기적의 건강법> 등.

정리 박미소 월간중앙 기자 [smile83@joongang.co.kr]

<월간중앙 8월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