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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총체적 부실 조직이며 책임지지 않는 방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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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MBC 경영진이 불공정 방송 행태와 노조의 부당한 경영 간섭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다. 엄기영 사장은 “공영방송으로서 공정성과 객관성에 미흡한 점이 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단체협약에서도 편성권과 인사권에 대한 문제조항이 있었다는 것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없이 불거진 편파보도와 노영(勞營)방송 시비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MBC 경영진이 처음으로 ‘문제 있음’을 수긍한 것이다. 새 방문진 이사회의 객관적이고 집요한 진상 추궁의 결과라고 보여진다.

이번 업무보고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참여 인사들을 통해 들려 나오는 지적 사항들을 들어보면 MBC의 문제점들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지난 수년간 방영된 20여 편의 미국 관련 PD수첩 내용 중 대부분이 반미(反美)였다”는 편파성 지적에 MBC 임직원들은 유구무언(有口無言)이었다. 단체협약을 통해 노조가 국장급 인사까지 좌지우지한 사실도 보고 과정에서 드러났다. 편성보도는 편파적이며, 인사는 방만하고, 강성 노조 앞에 경영진은 무능했다는 것이 업무보고에 참석한 인사들의 한결같은 비판이었다. 총평 자리에서 김우룡 이사장은 “MBC는 한마디로 총체적 부실 조직이며 책임지지 않는 방송”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방문진은 조만간 업무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MBC에 개선 방향을 주문할 예정이다. 주문에 앞서 MBC의 경영 실상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것이 국민의 재산인 전파로 먹고사는 공영방송으로서의 도리다. 경영 개선 방향은 보도의 공정성과 경영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특히 보도의 여과 과정을 강화해 다시는 광우병 파동과 같은 국민적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차제에 부실 경영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부당한 단체협약을 바로잡아야 함은 물론이다. 엄 사장은 “이른 시일 내에 문제들을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며 “(결과가) 미흡할 경우 재신임을 받겠다”고 약속했다. 새 방문진을 맞은 MBC가 신뢰받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