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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미국 환경규제 덕에 친환경 온수기 불티 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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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김철병(59) 경동나비엔 대표는 16일 미국행 비행기에 급히 몸을 실었다. 이달 10일 석 달 만에 한국 땅을 밟았지만 일주일도 채 머물지 못했다. 김 대표를 미국으로 다시 이끈 건 이 회사의 ‘나비엔 콘덴싱온수기’. 지난해 1월 미국에 처음 선보인 이 온수기의 판매량이 예상을 크게 웃돌며서 성장세를 감당할 조직 확대 등 현지에서 챙겨야 할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곽태영 미국법인장은 “지난해 현지 영업 담당자들은 기껏해야 3000대 정도 판매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논쟁 끝에 목표치를 7000대로 올렸는데 2만 대가 넘게 팔렸다”고 전했다.

이 회사 글로벌 비즈니스 부문의 최휴민 상무는 “지난해 가을에는 미국에서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매일 밤 특근을 하면서 만들어 낸 보일러를 택배업체인 DHL 특송을 통해 보낼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 2분기에만 1만8790대를 미국으로 수출했다.

경동나비엔은 경동보일러라는 이름으로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에만 사업을 한정했었다. 하지만 2002년을 정점으로 국내 가스보일러 시장이 연 100만 대 수준에 그치자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후 3년 동안 세계 각국의 보일러와 온수기 시장을 검토했다. 그 결과 미국 시장에서 특이한 사실을 발견했다. 김 대표는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온수기 시장이 연간 1000만 대 이상인 점이 눈에 확 띄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미국의 주택들은 물을 한꺼번에 데워 탱크에 저장했다 사용하는 저탕식 온수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80년대 린나이 등 일본 업체가 진출하면서 순간식 온수기 시장이 형성됐다. 2000년대 들어 고효율·친환경이 강조되자 순간식 온수기 시장은 급성장했다. 지난해 미국 전체 시장의 5% 정도(연 50만 대)까지 늘었다. 최휴민 상무는 “주별로 다르지만 고효율 난방기를 구입하면 세금 환급 등의 인센티브제도 실시하고 있어 미국의 순간온수기 시장은 매년 100% 정도 성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경기부양법도 경동나비엔에는 호재다. 열 효율이 90% 이상인 고효율 온수기 구입비용의 30%(최대 1500달러)까지 세제지원을 하는 경기부양법을 마련했다. 미국 열 효율 시험기관인 ‘BR Lab’이 실시한 열 효율 테스트에서 경동나비엔 콘덴싱온수기는 열 효율 98.8%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순간온수기 중 최고 수준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 기술연구소의 김용범 소장은 “기존 저장식 온수기보다 40% 이상 에너지가 절감된다”며 “기존 탱크식 온수기의 경우 샤워기를 통해 나오는 물의 온도가 일정치 않았지만 경동나비엔의 순간 온수기는 물의 온도 편차를 0.5도 이내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 강화 역시 경동나비엔의 우군이다. 미국 의회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05년 기준으로 2020년까지 17%, 2050년까지 83%를 감축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논의 중이다. 이미 6월에 하원을 통과했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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