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치 대타협이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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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야 정쟁 (政爭) 이 위험수위를 넘어서는 것 같다.

마주 달리는 두 기관차처럼 한쪽이 단독청문회를 강행하고 다른 쪽은 장외집회로 맞받아치고 있다.

그렇잖아도 내연 (內燃) 하던 지역감정이 이 바람에 더욱 격발되고 영남쪽에서는 악성 유언비어까지 나돌고 있다.

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

아직도 경제위기는 계속되고 있는데 정치권은 위기극복에 힘을 보태기는커녕 거꾸로 위기를 부추기고 자칫 나라를 혼란으로 몰아넣을지도 모를 위험한 대결만 벌이는 상황이다.

정치지도자들의 책임감.지도력은 아예 찾아 볼 수도 없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 빨리 종지부를 찍기 위해 진작부터 여야총재회담 등 대화와 타협을 촉구했으나 여야는 각기 단독청문회와 장외집회를 강행하고 말았다.

여야 모두 반성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급기야 야당의 마산집회에 군중이 운집하고 영남민심이 심상치 않자 비로소 여야간에 총재회담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여야 모두 총재회담 필요성을 인정한 만큼 하루라도 빨리 성사시켜 정쟁대상이 되고 있는 각종 현안을 일괄타결하는 정치대타협을 이루길 촉구한다.

그러자면 기본적으로 여당은 야당 존립의 여지를 인정해야 하고, 야당은 국가적 입장에서 여당에 비판적 협력을 해야 한다.

지금껏 여당은 총풍.세풍.국회 529호실 사건 등에서 야당을 줄곧 압박해 왔고 의원사정과 의원빼가기 등으로 야당존립을 위협해 온 게 사실이다.

앞으로도 야당의원 수십명을 빼가는 정계개편을 구상한다는 관측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반발.저항하지 않을 야당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야당이 장외로 달려나간 것도 잘못된 일이다.

지역감정이 민감한 곳을 택해 대규모 집회를 갖고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행위는 책임있는 공당 (公黨) 으로서 결코 할 일이 아니었다.

여야는 총재회담을 통해 우선 단독청문회의 잠정중지와 야당의 장내복귀에 합의해야 한다.

지역감정이나 유언비어도 실은 정쟁에 큰 원인이 있음을 여야는 알아야 한다.

지지하는 정치세력이 탄압받는 것으로 비칠 때 그 지역의 민심이 악화되는 것은 예나 이제나 마찬가지다.

근거없는 유언비어가 나오는 것도 사실의 진부 (眞否) 를 떠나 지역의 집단정서가 그런 피해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갈등 문제는 지난해 11월의 여야총재회담에서도 초당적 공동대응에 합의했지만 구체적으로 이를 위해 여야가 노력한 것이라곤 없었다.

그후의 야당 정치인 사정이나 연속날치기.529호실 사건 등으로 정쟁이 격화됨에 따라 지역감정도 비례해 악화됐다.

그런 점에서 지역갈등의 완화.해소를 위해서도 정쟁중지 - 정치대타협 - 정국평화는 절실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나라 안팎의 상황도 더 이상 우리가 정쟁이나 벌이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안으로 실업자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밖으로 북한문제도 빨리 결판을 내야 한다.

내각제문제도 간단치 않다.

여야가 과거문제로, 세력경쟁으로 싸움질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여야 지도자들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보며 대국적 입장에서 정치대타협을 이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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