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호암미술관 '한국의 동물미술-새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조선후기 민화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화조도 (花鳥圖) .여기 등장하는 새는 학.꿩.오리.앵무새.제비.백로.공작.참새.까치 등 길조 (吉鳥)가 망라된다.

학은 십장생의 하나로 상서로운 동물이고, 원앙은 부부의 금슬을 상징했다.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하는 새 이상의 존재였다. 행복과 화목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은 이 그림들은 주로 8폭 정도의 병풍에 담겨 부부의 침실에 놓였다.

이러한 새의 모습은 비단 민화뿐 아니라 삼한시대 유물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하늘과 인간을 이어주는 영매 (靈媒) 로 기능했던 솟대. 마을 입구에 위치한 솟대 끝엔 오리가 달려 있다.

민속학자들은 물새인 오리가 물을 필수로 했던 농경문화와 연관돼 신성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선사시대 세형동검부터 조선 후기 민속공예품까지 새를 주제로 한 기획전이 열리고 있어 연초 화제를 모으고 있다.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지난 16일부터 열리고 있는 '한국의 동물미술 - 새 : 하늘을 향한 인간의 꿈' 이다.

미술관 소장품 테마기획으로 지난해 2월 '아미타전' 에 이어 두번째. 한 주제를 잡아 통사 (通史) 적 전시를 하는 것은 컬렉션이 풍부하지 않으면 여간해선 힘든 일. 이번 전시는 국보 3점, 보물 7점을 포함해 총 1백22점을 통해 우리 미술품에 등장하는 새의 존재와 의미를 조명하고 있다.

오리만 해도 세형동검 칼자루 장식 (삼한시대.국보) , 오리모양 토기.뚜껑달린 단지 (삼국시대) , 청자연적.포류수금문 (蒲柳水禽文) 향로 (고려.보물) , 분청사기 (조선) 등 각 시대별로 다양하게 등장한다.

학이나 봉황 못지않게 우리 민족이 즐겨 쓰던 새였음을 알 수 있어 흥미롭다. 고려시대 청자에는 화분.대접.기름병과 향로 등의 형태에 운학문.쌍학문과 포류수금문이 유행됐다.

장수를 뜻하는 학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문관 관복의 흉배에서 단아한 선비의 기품을 드러내기도 했다. 18세기 이후부터 조선 말기까지는 화조화와 영모화 (翎毛畵 : 깃털있는 새와 털달린 동물을 그린 그림)가 왕성했던 때. 심전 안중식 (1861~1919) 의 '노안도' 는 기러기 안 (雁) 과 편안할 안 (安) 동음을 이용, 노후의 편안한 삶을 묘사했다.

'서수낙원도 (瑞獸樂園圖) 십곡병' 은 19세기 무렵의 병풍으로, 상서로운 숫자 '9' 를 테마로 부모와 새끼 일곱마리를 묶어 아홉무리씩 총 81마리의 새를 보여주고 있다. 호암미술관은 내년초 '한국의 동물미술' 두번째를 기획할 예정이다. 7월4일까지. 0335 - 320 - 1800.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기선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