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지는 공동 경제청문회]이총재 불참 굳힌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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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이부영 (李富榮) 총무는 24일 "국민회의는 자기들끼리만 청문회를 하겠다고 한다" 며 화를 냈다.

李총무는 이날 마산 장외집회에 내려가지 않고 자민련 구천서 (具天書) 총무를 만났다.

그러나 도무지 의견 접근이 안된다고 호소했다.

청문회는 이번 주부터 증인신문을 시작하지만 여야 공동청문회 가능성은 점점 더 멀어지는 분위기다.

합의점을 찾기는커녕 장외집회를 둘러싼 감정의 골만 깊어간다.

한나라당이 요구하는 것은 국정조사계획서 단독처리에 대한 여당 사과, 정책 위주 청문회, 특위 여야 동수 구성 등 세가지. 한나라당은 23일 총재단 회의에서도 이 조건을 재확인했다.

李총무는 "사과라도 먼저 하라는데 들어주지 않는다" 며 격분했다.

청문회 참석을 위한 최소한의 명분도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그러나 국민회의는 '사과' 만으로 청문회에 야당이 들어올 것으로 보지 않는다.

李총무가 명시적으로 세가지 조건을 정리해 수정 제의한다면 '사과' 정도는 검토할 수 있지만 야당의 청문회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먼저 사과부터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만큼 한나라당 입장이 혼란스럽다.

당내에 참여 주장이 많은 게 사실이다.

민주계 일각에서는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 부자를 보호하는 방법으로 참여를 주장한다.

상당수 비주류 의원들도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강경투쟁 일변도 노선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李총재는 청문회 참여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않고 있다.

金전대통령 부자는 "감옥에 가더라도 출석하지 않겠다" 는 완강한 태도다.

金전대통령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자 참고인으로 소환된 김용태 (金瑢泰).김광일 (金光一)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 金전대통령 측근들조차 金전대통령 태도에 따라 출석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는 단독 청문회로 진행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오히려 金전대통령을 돕는 것이란 판단이다.

여당이 구인절차라도 밟는다면 지역감정에 불을 지르게 돼 한나라당으로선 불리할 게 없다는 것이다.

"여당 단독 청문회는 갈수록 국민의 시선을 끌지 못할 것인데 야당이 참여해 관심거리로 만들어줄 필요가 없다" 는 생각도 있다.

李총재측은 잇따른 장외집회에서 비호남권 민심도 결코 여권에 우호적이 아니라고 말한다.

"국민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은 과거의 잘잘못을 가려내는 것보다 당장 실업을 줄이고 경제를 살리는 것" 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한나라당 분위기로 미뤄 야당은 당분간 대여 (對與) 강경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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