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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진정한 '나눔운동'시작돼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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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우리 민족은 다른 민족과 달리 함께 결속하고 서로 나누는 정감있는 민족성을 가지고 살아 왔다.

'콩 반쪽이라도 나누는' 속담처럼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나누는 인정으로 살아 온 민족이다.

그러나 시대와 역사가 변하는 세월속에 우리의 아름다운 정감과 인정도 변한 것 같다.

우리 서로가 한 집안 식구로 신뢰하고 한 밥솥에 밥을 나누는 공동체적 인심이 계산적이고, 수치적인 면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사회와 주위에 자연재해나 연말돕기 때가 되면 벌어지는 불우이웃돕기와 기금모금운동이 가진 이와 그렇지 못한 이의 숫자적 물량과 선전적 경쟁으로 부끄럽거나 후회스런 상처를 남기곤 했다.

국제통화기금 (IMF) 의 국제금융체제가 시작된 이래로 '돕기운동' 은 전후 어느 때보다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금모으기 운동을 시작으로 지난 한햇동안은 급격한 경제구조조정의 여파로 실업자가 양산됨에 따라 실업자돕기운동.결식아동돕기.실직자가정돕기.실직자구제양식돕기 등이 벌어졌다.

더구나 코흘리개 어린이로 시작해 할아버지.할머니에 이르기까지 굶고 있는 북녘동포돕기는 민족애의 한집안 정감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돕기운동 가운데 우리가 도움을 주어야 할 소외된 사람들에게는 더욱 상처를 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진정으로 이웃을 돕는다는 것은 '나눔운동' 으로 표현돼야 한다.

'돕기운동' 은 시대와 장소 또는 기간을 한정하거나 '자기것' 과 '도울것' 을 우리 안에서 계산하게 한다.

그러나 '나눔운동' 은 자기의 가장 귀중한 것을 나누어주는 인간적 품위와 참사랑을 전해준다.

즉 시혜자 (施惠者) 와 수혜자 (受惠者) 의 관계로 볼 때 참으로 자기 것을 떼어주는 고귀한 사랑이 담겨져 있다.

고인이 된 인도 빈자의 성녀 마더 테레사 수녀의 일화는 '나눔' 의 참의미가 무엇인가를 깨닫게 한다.

"몇 주 전에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어린 소녀 하나를 만났는데 나는 그 어린 것이 며칠간이나 끼니를 굶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빵 한 덩어리를 주었더니 그 어린 것이 빵을 집어들고 먹기 시작했다. 내가 그 소녀에게 '배가 고플테니 어서 그 빵을 먹으려무나' 하고 말했더니 그 어린 것이 나를 쳐다보며 한다는 소리가 '제 걱정은요 이 빵을 다 먹어치우고 나면 금방 다시 배가 고파질 것이에요' ." 마더 테레사는 말합니다.

"의식주에 대한 물질적인 결핍을 제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나 마음 속에 있는 처절한 외로움과 끔찍한 상처에 대한 응답은 어려운 것" 이라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돕기운동은 그들에게 삶에 대한 용기와 재기의 힘을 주는 아름다운 일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들의 가정이 해체되고 평생을 바쳐 이룬 사업을 잃어 실망과 절망으로 찢긴 중소사업가들의 상처에 용기와 희망을 주고, 거리에 방황하는 노숙자들과 부모 실직으로 인해 결식하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미래를 주는 '진정한 사랑의 나눔운동' 으로 바뀌어야 한다.

진정으로 우리가 나눈다는 것은 남에게 줄 것을 진실로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느냐' 가 아니고 나눔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가난해지느냐' 다.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신약성서 루가 6장20절) 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우리가 이웃사랑을 위해 자기것을 나눔으로써 자신이 진정으로 가난해질 때 그것이 참행복임을 역설적으로 가르치고 계신 것이다.

법정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텅빈 충만' 을 얘기하며 불자들에게 '무소유' 의 삶을 사는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돕기운동을 위해 얼마나 가지고 돕느냐' 에서 '나눔운동을 위해 얼마나 내것이 비워져 있느냐' 의 차원으로 근본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21세기를 향해 가는 지구촌 공동체는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부국 (富國) 은 이윤추구 목적을 위한 빈국 (貧國) '돕기' 에서 '같이 살아남기 위한 나눔' 으로, 정치인은 국민의 것을 자기것처럼 시혜정치에서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나눔공복정치로, 재벌의 재산은 자기것을 나누는 것으로, 있는 자의 재물은 하느님것이니 하느님 (백성)에게 되돌려줘야 하는 것으로, 신앙이 있는 이들은 얻기 위한 축복믿음에서 나누기 위한 축복믿음으로 나눔운동에 솔선수범하길 기원한다.

장덕필 명동대성당 주임신부

◇ 필자 약력 ^59세^가톨릭대 신학부졸.필리핀 EADI 신학연구원^영등포.봉천동.수유1동 천주교회 주임신부^명동대성당 주임신부 (현) ^서울대교구정의평화위원장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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