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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50종 복원해 세계시장 ‘노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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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내년 7월부터는 소주·맥주·막걸리 등 모든 술이 주성분의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주 주정의 원료인 타피오카나 맥주의 호프, 막걸리에 쓰이는 쌀과 밀이 국내산인지 외국산인지를 밝혀야 하는 것이다. 올 12월부터는 한산 소곡주, 전주 이강주 같은 전통주를 인터넷에서 살 수 있게 된다. 사라진 전통주 360여 종에 대한 옛 기록을 바탕으로 2012년까지 이 중 50종을 정부가 복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26일 이런 내용의 ‘우리 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경쟁력 강화 방안은 농림수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국세청·국가경쟁력위원회가 함께 마련했다.

소주·맥주·위스키가 거의 90%를 차지하는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 1%에 불과한 전통주 산업을 키우고, 나아가 이를 프랑스의 포도주 같은 세계적인 대중 술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원산지 표시를 하는 것은 소주·맥주 등도 가급적 우리 농산물을 원료로 쓰도록 유도해 국산 농산물 소비를 늘리려는 게 목적이다. 전통주 제조업자들에게 앞으로 5년간 시설 현대화 자금 등으로 총 1330억원을 장기 저리로 빌려준다.


전통주에 대해서는 제조 면허 취득과 제조 방법, 판매 제한을 완화한다. 대를 물려 온 전통주를 규제 때문에 상품화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 다양한 전통주가 시장에 나오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제조 면허를 얻으려면 누룩 빚는 방(국실)이 따로 있어야 했으나 전통주는 국실이 없어도 되도록 규정을 바꾼다. 전통주 제조업자들이 대부분 소규모이며, 거의 모두 누룩을 전문 제조업자에게서 사서 술을 빚는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지금은 탁주나 약주에 과실 향을 조금만 섞어도 주세법상 세금이 5%에서 30%로 오르게 돼 있으나, 앞으로는 주성분이 탁주·약주일 경우는 그대로 5%만 세금을 내도록 한다. 술값에 세금을 더 붙이지 않고도 포도 막걸리·복분자 막걸리 하는 식의 다양한 전통주 제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전통주 제조업자들이 판매망 확보에 애를 먹는 점을 감안해 올 12월부터 제조업자가 직접 인터넷 판매를 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술은 인터넷 판매가 금지돼 있다. 다만, 판매는 안동소주·이강주처럼 ‘식품 명인’으로 지정된 인사가 빚는 명인주와, 농가에서 스스로 생산한 농산물을 50% 이상 사용해 빚은 ‘농민주’에 대해서만 허용한다. 일반적으로 판매하는 막걸리·백세주 등은 앞으로도 인터넷에서 팔 수 없다. 이와 함께 대학에 양조학과를 설치하는 것을 정부가 지원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확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 같은 우리 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라 올해 안에 주세법을 맞추기로 했다. 농식품부 방문규 식품유통정책관은 “주세법은 1909년 제정 때부터 제조·판매 등의 규제에 초점을 맞췄지만 100년 만에 ‘규제’에서 ‘술 산업 진흥’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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