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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꽃남 셰프’ 얼굴 좀 보자 새콤달콤 뒷얘기 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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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차례의 배틀은 많은 뒷얘기들을 남겼다. 참가자와 관계자들을 울고 웃게 했던 ‘네버 엔딩 스토리’를 공개한다.

지느니 차라리 기권  한 달에 한 번씩 일요일을 골라 두 차례의 배틀을 열었다. 재료가 통보되는 것은 그 주의 월요일. 이 순간은 참가 셰프뿐 아니라 담당 기자에게도 긴장되는 순간이다. 재료를 받아 드는 순간, 주제가 까다롭다며 포기를 선언하는 셰프들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들이 포기를 하면 곧바로 다른 셰프로 순번을 바꿔 배틀을 진행해야 했다. 그래도 주제를 통보 받는 순간 포기한 건 나은 편이다. 한 호텔의 경우 목요일 밤에 포기를 선언하는 바람에 상대 팀이 ‘나 홀로 배틀’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재료를 두고 오면 이긴다?  전쟁터에 총을 놓고 오는 군인들도 있는 법이다. 애피타이저에 사용할 젤리를 냉장고에 두고 온 테이스티블루바디는 보조 셰프가 재료를 가지러 가는 바람에 배틀 전후반을 홀로 동분서주해야만 했다. 임피리얼 팰리스는 메인 요리의 핵심 재료인 산마늘 잎을 깜빡했다. 결국 호텔 측에 SOS를 쳐 다른 직원이 배틀 종료 몇 분 전에 재료를 갖고 달려오기도 했다. 재미있는 것은 승리의 여신이 매번 이 건망증 심한 팀들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것이다.

불의의 사고도 셰프를 막진 못해  ‘링거 투혼’을 불태운 셰프도 있었다. 루카 511의 양지훈 셰프다. 배틀 며칠 전 교통사고를 당해 오른쪽 어깨에 금이 갔다. 병원에서 입원 진단을 내렸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반드시 참가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고, 배틀 장소에 나와 끝까지 모든 요리를 해냈다. 프로는 달랐다.

‘꽃보다 셰프’  등장만으로 심사단의 관심을 끌었던 셰프들이 몇몇 있었다. 그중 조선호텔의 이상학 셰프는 ‘꽃보다 셰프’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으로 눈길을 끌었다. 기사가 나간 후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이 셰프가 진행하는 신세계 아카데미 요리 클래스가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아주머니 팬들로 인해 일찍이 없던 조기 마감 사례로 이어졌던 것. 역시 ‘꽃남’ 열풍은 셰프 배틀에도 불었다.

임원진 변복 출두  참가자들은 모두 겉으로는 승패에 무심한 듯 쿨했다. 한데 정작 배틀 당일에는 총주방장·임원진까지 출동하기도 했다. 개중엔 신분을 밝히지 않은 예비군복 차림의 ‘초로의 신사’ 등 정체에 궁금증을 자아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들 중엔 상대팀의 요리 과정을 몰래 디카에 담는 이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심사단이 시식 후 남긴 음식을 맛보는 데도 열정적이었다.

 김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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