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와중 '새우등 터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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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빅딜 (대규모 사업맞교환) 을 포함한 대기업 구조조정의 여파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퇴출.합병 등 이합집산이 가속화하면서 해당업계와 하청업체는 물론 광고.호텔업계와 지역 상권.지방자치단체에까지 '도미노' 식으로 파장이 미치고 있는 것.

광고업계의 경우 주요 고객인 대기업들의 이동으로 판도변화가 예상되고 있으며, 서울 특급호텔 역시 단골 기업고객 유치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빅딜 대상업체의 공장주변 상가들은 손님이 줄어 도산 사태가 잇따르고 있고 지자체들은 이에 따른 세수 (稅收) 감소 등을 걱정하고 있다.

◇ 폭풍 전야의 광고업계 = 현대의 기아.아시아자동차 인수와 삼성차 - 대우전자의 빅딜, 계열사 감축 등 구조조정으로 광고주가 바뀌거나 '실종되는' 상황이 속출하자 우려반.기대반의 분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기아차 광고를 맡아왔던 MBC애드컴과 거손, 현대계열 광고사인 금강기획 등은 기아 광고물량 확보를 위해 치열한 쟁탈전을 벌인 결과 일단 거손측이 첫번째 승자가 됐다.

기아측은 그러나 "앞으로 사안 때마다 공개 프리젠테이션을 통해 광고사를 선정할 방침" 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기아차를 둘러싼 경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삼성차 SM5광고를 전담해온 제일기획의 경우 연간 수백억원의 광고주를 잃게되는 것 아닌가 걱정이다. 반면 해태계열 코래드는 최근 8백억원 규모를 웃도는 대우 계열사의 광고를 몽땅 받게 돼 '표정 관리' 에 들어갔다.

◇ 기업고객 유치에 비상 걸린 특급 호텔 = 빅딜이 가속화하면서 해외거래선 바이어 등 단체 손님들을 몰아주던 대기업들이 숙박 업소를 바꾸거나 사라지자 호텔업계도 곤혹스런 모습이다.

지난해 삼성차의 해외 바이어를 많이 받았던 신라호텔은 삼성차 빅딜로 큰 고객을 잃게될까 봐 고민이고, 대우전자 손님이 많았던 힐튼 역시 마찬가지.

쌍용차를 주 고객으로 모셔왔던 르네상스도 지난해 대우의 쌍용자동차 인수 이후 쌍용 협력사인 독일 벤츠사 소속 수백여명의 고객을 힐튼에 넘겨줘야 했다. 그러나 신라 등은 빅딜 등 기업 구조조정이 오히려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고객유치 전략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 동요하는 주변 상권과 지역경제 = 삼성차 공장이 있는 부산 하담.다대포 주변의 대형 음식점과 상가의 매출은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했다.

부산상공회의소 조사부의 한 관계자는 "삼성차 주변 상가들의 경우 빚을 내 건물을 짓거나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땅값 하락까지 겹쳐 상당수가 부도를 낸 것으로 알고 있다" 고 전했다.

LG반도체.대우전자 등이 몰려 있는 경북 구미시의 사정은 더욱 딱하다. 구미산업관리공단 관계자는 "두 회사 종업원 4천8백여명과 가족까지 합하면 2만명을 웃도는데 대부분이 외지인이어서 공장이 통폐합될 경우 주변상권 붕괴는 물론 대규모 인구유출 사태도 우려된다" 고 말했다.

전남 광주.인천 등 빅딜 관련 업체들이 소재한 여타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 지자체의 세수 (稅收)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구미시 세무서 부가세과 이석진 계장은 "오는 25일이 98년 하반기 부가세 신고 마감인데 큰 공장들은 물론, 빅딜 업체에 기대왔던 주변 식당 등 많은 업체들이 폐업, 세금을 못낼 것으로 보여 세수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고 밝혔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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