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환의 도쿄에세이]재미없는 '뚱보스모' 몸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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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스모 경기를 처음 보는 사람은 선수들의 거대한 몸집에 놀랄 것이다.

지난해 은퇴한 하와이 출신의 고니시키는 몸무게가 2백84㎏이었다.

허벅지와 배의 지방질은 보기가 민망스러울 정도였다.

일본 스모계도 요즘 선수들의 과도한 비만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첫 대회 출전자 상위 38명의 평균 몸무게는 1백53.9㎏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것도 하와이 출신의 요코즈나 (천하장사) 아케보노 (2백32㎏) 와 오제키 (2위 품위) 무사시마루 (2백23㎏) 를 제외한 수치다.

스모계가 걱정하는 비만화의 폐해는 경기의 질 저하다.

몸놀림이 둔해지면서 박진감이 예전만 못해진 것이다.

70개의 기술중 밀어내기 등 단순한 기술만 선보여질 뿐이다.

뒤집기같은 묘기는 지난해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

"요즘 스모는 재미없어" 라는 얘기가 뒤따르는 것도 당연하다.

비만에 따른 부상도 문제다.

아케보노는 2백㎏을 넘은 93년부터 과다 체중으로 인한 무릎 부상으로 결장하기 일쑤다.

오제키 진급이 시간문제라던 가이오 (1백70㎏) 나 무소야마 (1백68㎏)가 번번이 좌절한 것도 하체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졌기 때문이다.

스모협회 관계자는 "상대방 몸집이 커졌다고 나도 덩달아 몸무게를 늘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고 말한다.

스모협회도 관객 감소의 주범으로 몸집의 대형화를 꼽고 있다.

안그래도 스모계는 형제 요코즈나인 와카노하나.다카노하나의 불화, 와카노하나의 이혼설로 위기감을 느껴왔다.

마침 올 첫 대회에는 한국 씨름선수 출신으로 지난해 일본 스모계에 입문한 김성택 (金成澤.22) 이 비록 최하위 서열 경기지만 2전2승을 챙겼다.

1백30㎏으로 날씬 (?) 한 그가 매운 '작은 고추' 가 되어 스모판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길 기대해 본다.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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