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비진학아동돕기 모델 '너무 불쌍'…1천8백억원 모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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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장의 사진이 중국 대륙을 울리고 있다.

얼마나 추운 것일까. 겹겹이 껴입은 옷에 움츠린 어깨. 그러나 긴 연필 한자루 꼭 쥐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하나라도 놓칠까, 앞을 뚫어져라 응시중인 티없이 맑기만 한 커다란 두 눈망울의 앳된 중국 소녀. 이 소녀의 사진 한장이 벌써 9년째 12억 중국인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화제의 사진이 등장한 것은 지난 91년. 중국의 공익단체 중국청소년발전기금회가 벌이는 '희망 공정 (希望 工程)' 의 포스터에 선보인 게 처음이다.

희망 공정은 청소년기금회가 찢어질 듯한 가난으로 학업을 포기하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주고자 벌이는 일종의 모금활동 사업이다.

89년에 시작됐지만 이 화제의 사진을 91년부터 각종 포스터에 사용하면서 엄청난 금액을 모금하는데 성공했다.

보는 이들의 가슴에 형용키 어려운 애잔함을 일으키는 소녀의 사진에 중국 안팎의 화인 (華人) 들이 그동안 무려 1억5천7백만달러 (약1천8백60억원) 의 성금을 낸 것이다.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청소년기금회는 이같은 모금실적에 힘입어 2백만 꼬마들에게 초등교육의 혜택을 주고 산간벽지에 5천2백56개의 학교를 세울 수 있었다.

그렇다면 사진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전문 아동모델이라도 쓴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쑤밍쥐안 (蘇明娟) .안후이 (安徽) 성의 산간오지 타오링 (桃嶺) 마을 싼허 (三合) 중학 3년생으로 올해 15세. 그러나 사진이 찍힐 당시 그녀는 장완 (張灣) 초등학교 1년생으로 겨우 6세에 불과했다.

가난한 마을을 찾아다니던 중국청년보 (中國靑年報) 의 사진기자 셰하이룽 (解海龍) 이 '바로 이 소녀다' 는 확신속에 카메라 셔터를 눌렀던 것이다.

소녀는 지금도 매일 10㎞의 산길을 걸어서 통학한다.

버스비를 아껴 점심을 먹기 위한 것이다.

"한푼이라도 아끼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이 제 모습을 보고 기꺼이 모금에 참여해준 고마운 분들께 보답하는 길" 이라고 소녀는 말한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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