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뉴스분석] 북 ‘돈줄’ 막은 유엔결의안 1874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북한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빠르게 미국과의 협상 모드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최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해 억류하던 미 여기자 2명을 석방한 뒤 기존 입장을 180도 바꿔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본지 8월 25일자 1, 5면 참조> 미 국무부 이언 켈리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최근 한 달여간의 분위기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여기자들을 억류하던 때와 비교할 때 틀림없이 생산적”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정부 당국자들과 워싱턴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북한을 협상 쪽으로 돌리게 한 결정적인 이유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꼽는다. 국제사회 공조를 통한 대북 제재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고 있는 분위기다. 워싱턴 주미 대사관 관계자는 24일 “힐러리 클린턴 장관,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 등 대북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국무부 라인이 모두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1874호가 확실한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행동 양태는 매우 단순하다”며 “유엔 결의 1874호로 북한으로 유입되는 돈줄이 막힌 게 북한 변화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유엔은 모든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강력한 제재 결의 1874호를 바탕으로 북한 기업 8개의 해외 자산을 동결시키고, 영변 핵개발 총책임자 등 북한 인사 5명의 여행을 금지시켰다.

새로 자리를 만들어 임명된 필립 골드버그 대북 제재 조정관과 부시 정부 당시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 계좌 동결의 주역이었던 스튜어트 레비 재무부 차관은 중국·태국·말레이시아·미얀마 등 북한의 주 거래선을 돌아다니며 결의 내용의 철저한 이행을 독려했다. 특히 레비 차관은 국제 사회를 향해 “전 세계 어떤 기업이나 금융기관도 북한과 연관된 기업과의 거래가 유엔 결의에 따른 불법일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사실상 북한의 돈 흐름이 세계적으로 막혀가고 있다”며 “북한 입장에선 보다 중요한 인물이나 기업에 대한 추가 제재 조치가 내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조치의 효과를 인정한 미국은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유엔 제재를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정부는 이런 결과를 가져온 데는 중국의 동참이 가장 큰 힘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 유엔은 중국의 거부로 북한을 비난하는 의장성명 채택에 그쳤다. 외교 소식통은 “부시 정부 때도 북한의 핵 관련 인사에 대한 제재 방안을 수차례 마련했지만 ‘너무 지나치다’는 중국의 거부로 한 번도 채택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6자회담 틀을 유지하려는 이유에는 중국의 개입을 통해 북한 압박을 극대화시키려는 전략도 포함돼 있다”며 “중국과의 지속적인 협조 관계 구축이 북핵 협상의 성패를 가름 짓는 중요한 관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1874호=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2차 핵·미사일 발사 실험에 대응하기 위해 6월 25일 채택한 대북 결의안. 소형 무기를 제외한 북한의 모든 무기 관련 물자의 대외 수출을 금지했고, 무기를 수출입하는 북한 화물선을 공해상에서 검색할 수 있게 했다. 또 북한의 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금융 거래를 전면 차단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