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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환자 감염 막을 대책 있나 … 간호 인력 모자란다 …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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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탁상공론으로 거점병원을 지정한 것 아닙니까. 금요일(21일) 거점병원 지정 공문을 받고 어제(24일) 진료를 중단하고 회의를 열었어요. 입원 환자는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지방 병원은 간호사가 부족해 병상 운영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요. 간호 인력이 모자라는데 앞으로 신종 플루 환자들을 다 치료할 수 있겠습니까. 거점병원에서 제외해 주세요.”(서산중앙병원 이병원 관리원장)

신종 플루(인플루엔자 A/H1N1) 치료 거점병원들이 뿔났다. 병원들은 보건복지가족부가 25일 서울 중구 밀레니엄 힐튼호텔에서 주최한 간담회에서 그동안 쌓였던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간담회에는 455개의 거점병원 중 360개 병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전재희 복지부 장관의 모두발언이 끝나자마자 거점병원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정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강남세브란스 신 과장이 포문을 열었다. 신 과장은 “병원에 격리실이 없다. 건강보험 수가(酬價·진료 행위의 비용)를 인정해 주지 않아 격리실을 갖추지 않았다. 중환자실에 음압시설(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특수시설)을 설치하게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환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환자 감염 방지 시설에 대해 지원하지 않고 신종 플루 환자를 진료하라는 정부 지침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다음 질의자로 나선 서산중앙병원 이 원장이 거점병원 지정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을 때는 장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오락가락하는 진료 지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전윤옥 진료부장은 “타미플루 처방 기준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어 혼란스럽다”며 “정부는 고위험군 환자를 제외하고 확진검사를 하지 말라고 하지만 환자들이 본인 부담으로 검사를 요구해 21일 이후 우리 병원에서만 115건의 검사를 실시했다”고 지적했다. 아주대의 한 감염내과 교수는 “타미플루 투약 지침이 하루 만에 바뀌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아쉽다”고 말했다.

별도의 진료 공간을 확보하기 힘든 점을 지적하는 병원도 있었다. 충남 논산 백제병원 이재석 원장은 “지방에 격리 병동을 만들기 어렵다. 기존에 입원한 환자들이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것을 알고 불안해 한다”며 “보건소에 (별도의 진료) 공간을 마련해 주면 의사들을 파견해 치료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 당국 관계자들은 병원장들을 달래기 바빴다. 복지부 박하정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방 병원의 간호사 부족 문제는 우리도 고민을 하고 있다. 지방 거점병원이 진료를 포기하면 수도권으로 몰려 (상황이) 어려워질 것이다.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전 장관은 “복지부 공무원을 현장으로 보내 거점병원·거점약국 등의 애로 사항을 직접 듣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컨테이너 진료소 설치비와 관련, “최소한의 실비 변상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고 관계부처와 협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다른 환자가 감염될 경우 의료진이 법적 책임을 면제받도록 해달라”는 병원들의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편 25일 신종 플루 감염자가 199명 추가 발생해 모두 3332명으로 늘었다. 또 신종 플루 때문에 개학을 연기하거나 휴교하는 초·중·고교가 46개로 늘었다. 교육당국은 서울 등의 경우 26일로 예정돼 있던 초등학교의 개학을 26일 이후로 늦추는 학교가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청주대도 개강일을 일주일 늦췄다. 경남 김해시의 한 유치원은 원생 2명과 교사 2명 등이 신종 플루 감염자로 확인돼 임시 휴원에 들어갔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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