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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양대 보수정당 자민당.자유당 합친 연립정권 출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일본의 양대 보수정당인 자민당과 자유당이 합친 연립정권이 14일 공식 출범한다.

연립정권은 이날 자유당의원 일부가 내각에 참여하는 조각을 단행할 예정이다.

양당은 이에 앞서 13일 정책협의회를 갖고 연립정권이 시행할 안보.경제정책과 함께 중의원 의원수를 현재 (총 5백명) 보다 50명 줄이는데도 최종 합의했다.

연립정권 출범은 자민당의 참의원 과반수 의석 미달을 보완하기 위한 포석이다.

지난해 7월 자민당이 참의원선거 패배후 중심을 잃고 기우뚱거린 일본 정계는 자.자연립을 축으로 빠른 속도로 구심력을 회복할 전망이다.

안보.대북정책 면에서는 보수성이 한층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립은 '헤이세이 (平成 : 현 일왕의 연호) 의 보수파 대동단결' 로 평가된다.

93년 자민당 단독정권 붕괴후 분열됐던 일본 정치판의 오른쪽 날개가 다시 복원되는 셈이다.

연립정권 탄생은 지난해 가을의 금융위기 수습을 위한 임시국회의 혼란상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민주당.공산당 등 진보정당들이 일본장기신용은행을 국유화시키는 등 기세를 올리자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파들이 나서서 연립을 성사시킨 것이다.

카메이 시즈카 (龜井靜香) 전 건설상.가지야마 세이로쿠 (梶山靜六) 전 관방장관 등 자민당내 보수 정치가들과 재계인사.관료들이 연립성사의 공신으로 꼽힌다.

히라이와 가이시 (平岩外四) 게이단렌 (經團連) 명예회장은 지난해 가을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총리에게 직접 연립을 권유했고 벤처업계의 대부인 이나모리 가즈오 (稻盛和夫) 교세라 명예회장도 '힘내라 일본! 국민회의' 를 발족시켜 공개적으로 양당을 지원했다.

미.일방위협력지침 (가이드 라인) 관련 법률안이 국회에서 공전을 거듭하자 미국이 연립정권을 지지하는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도 유력하다.

오부치 총리는 연립정권 출범으로 정치혼란의 봉합에는 성공했지만 순항할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자민당은 자유당의 연립조건인 ▶부 (副) 대신제 도입 ▶각료수 삭감 ▶다국적군 후방지원 등은 수용했지만, ▶소비세율 동결^중앙부처 개편 ▶공무원수 삭감폭 등은 아직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또 자민당 원로들은 연립에 호의적이지만, 개혁적 성향을 지닌 대도시 출신의 소장 의원들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정계의 보수세력이 재계.관료미국을 등에 업고 성사시킨 새 연립정권은 보다 큰 규모의 정계개편의 예고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도쿄 = 이철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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